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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서준원의 희망투, 기로에 선 롯데를 웃게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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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4일 부산 키움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된 롯데 서준원. [연합뉴스]

24일 부산 키움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된 롯데 서준원.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20)이 프로 데뷔 후 최고 피칭으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서준원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호투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 이닝과 투구 수(101개) 모두 프로에 온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서준원의 호투와 마무리 김원중의 세이브(1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덕에 롯데는 시즌 9승(8패)이 됐다. 키움 3연전을 2승1패로 마치면서 롯데는 8~10일 SK 와이번스전 3연승 이후 2주 만에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프로 데뷔 이래 최다이닝·투구수 #자가격리 마친 샘슨 가세도 희망

7회 초 2사 1루에서 서준원을 교체하러 마운드에 올라간 노병오 롯데 투수코치는 싱글벙글 웃었다. 1점 차 불안한 리드였지만, 기특한 막내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준원이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롯데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축하를 보냈다. 프로 2년생 서준원은 롯데에 큰 희망을 안겼다. 전과는 다른, 침착하고 예리한 피칭이돋보였다. 롯데 선수들이 서준원의 호투에 환호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롯데는 지난겨울부터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영입한 것부터 파격이었다. 성 단장은 자유계약선수(FA) 2루수 안치홍에게서 ‘2+2년’ 계약을 끌어내는 등 깜짝 행보를 이어왔다. 안치홍 계약 외에는 큰돈을 쓰지 않았다. 지난해 팀 연봉 1위이면서 성적은 꼴찌였던 롯데를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었다. 성 단장은 또 모든 의사 결정에서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타자의 타율 대신 OPS(출루율+장타율)를 표시하게 했다. 모든 움직임이 효율 향상을 향했다.

이런 변화가 롯데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토브리그 이슈를 선점한 롯데는 5일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5연승을 달렸다. 13일까지 NC와 공동선두(6승1패)였다. 그때 롯데는 기적의 팀 같았다. 수비형 유격수로 영입한 딕슨 마차도가 첫 5경기에서 홈런 3개를 때렸다. 연이은 역전승은 마운드의 부진을 잊게 했다.

롯데의 화력은 금세 식었다. 19~21일 KIA 타이거즈 3연전을 모두 지는 등 최근에는 승률 5할에서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고 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선발투수진이었다. 이날 전까지 롯데가 거둔 8승 중 선발투수의 승리는 세 차례뿐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가 세 차례뿐인데, 댄 스트레일리(10일 7이닝 무실점), 서준원(6일 6이닝 1실점 무자책), 노경은(16일 6이닝 1실점)이 한 차례씩이다. 연습경기에서 쾌투했던 박세웅은 승리 없이 2패다. 롯데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3일 기준 5.26(8위)다.

프로야구 순위(25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25일 현재)

이런 가운데 ‘막내 선발’ 서준원의 호투는 큰 의미다. 사이드암인 그는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진다. 2018년 경남고 시절 ‘제1회 고교 최동원상’을 받기도 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승부하다가 장타를 얻어맞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강속구와 함께 유인구도 효과적으로 던졌다.

롯데는 서준원 외의 히든카드 한장을 더 쥐게 됐다. 1선발로 기대했는데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28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샘슨은 지난달 말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롯데는 1선발 없이 3주를 버틴 셈이다. 샘슨은 자가격리 기간 ‘재택 훈련’을 했다. 23일 라이브 피칭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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