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 말론X자라…가성비 갑 SPA 브랜드, 화장품 틈새시장 겨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자라’가 럭셔리 향수계의 대모로 통하는 조 말론 CBE(영국 3등급 훈장) 여사와 손을 잡았다. 지난 14일 출시한 자라의 향수 라인 ‘이모션스 컬렉션’이다.

조 말론 CBE 여사와 자라가 만났다. '자라 X 조 러브스' 이모션스 컬렉션 향수. 사진 자라

조 말론 CBE 여사와 자라가 만났다. '자라 X 조 러브스' 이모션스 컬렉션 향수. 사진 자라

조 말론 여사는 1994년 니치 향수 붐을 일으킨 ‘조 말론 런던’의 설립자다. 조 말론 런던은 1999년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에 인수됐다. 조 말론 여사는 2006년까지 조 말론 런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2011년에는 남편과 함께 자신의 두 번째 향수 브랜드 ‘조 러브스’를 만들었다. 바로 이 ‘조 러브스’와 자라가 협업해 나온 제품이 이번 이모션스 컬렉션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업은 약 2년 전부터 기획된 프로젝트로 조 말론 여사가 향수 제작에 관해 전권을 행사하고, 제조와 유통만 자라가 책임지는 형식이다.

지난 1994년 자신의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을 설립한 향수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 조 말론 CBE 여사. 사진 자라

지난 1994년 자신의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을 설립한 향수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 조 말론 CBE 여사. 사진 자라

이번 이모션스 컬렉션은 지난해 11월 15일 런던‧파리‧밀라노 등 유럽 지역에서 먼저 출시돼 화제가 됐다.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향수 브랜드의 창립자가 만난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 결과로 출시된 향수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와 입소문 덕에 한국에서도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현재 이모션스 컬렉션 제품은 입고하는 순간 품절 될 만큼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 말론 런던과는 이미 결별했지만, 조 말론이라는 이름값이 한몫했다. 최근 향수 트렌드를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도 있다.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향으로 성별에 구분을 두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향수면서 패키지는 심플하고 감각적이다.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 포인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조 말론 런던의 향수가 100mL 기준 2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향수임에 반해 자라 이모션스 라인은 그 5분의 1 가격인 90mL 기준 4만9000원으로 출시됐다. 니치 향수, 고가 향수 위주로 돌아가던 기존 향수 시장의 새바람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업은 기존 SPA 패션 브랜드가 구사해왔던 ‘하이 앤 로우(Hihg-low)’ 협업 모델과 닮았다.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와 중저가 SPA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H&M은 과거 발망, 이자벨 마랑, 에르뎀 등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유니클로 역시 조나단 앤더슨, 르 메르, 알렉산더 왕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뷰티 부문 강화로도 해석된다. 자라는 20년 전부터 향수를 선보여왔지만, 지난 2018년 립스틱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화장품 라인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협업도 일회성이 아니다. 자라 측은 “이번 협업은 조 말론 CBE 여사, 자라와의 장기적 협업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앤아더스토리즈 역시 화장품을 내는 SPA 패션 브랜드다. 2020년 봄여름 뷰티 컬렉션 모델 룩.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앤아더스토리즈 역시 화장품을 내는 SPA 패션 브랜드다. 2020년 봄여름 뷰티 컬렉션 모델 룩.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뷰티 제품을 내는 SPA 패션 브랜드는 자라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H&M’ 그룹 계열의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 역시 보디 제품부터 메이크업‧네일‧헤어 제품 등을 내고 있다. 특히 보디 로션과 핸드 로션, 블러셔의 인기가 높다. 앤아더스토리즈 측은 “판매가 잘되는 뷰티 품목의 경우 온라인 입고 후 1~2주 안에 동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등 가치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에 매력적으로 다가갈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대도 인기 요소”라고 했다.

앤아더스토리즈 뷰티 부문의 인기 품목인 블러셔.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앤아더스토리즈 뷰티 부문의 인기 품목인 블러셔.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자라와 함께 SPA 패션 브랜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H&M 역시 지난 2016년부터 뷰티 제품을 내고 있다. 스킨케어 제품부터 헤어케어, 메이크업 향수를 포함한 700개 이상 규모의 뷰티 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H&M 본사가 있는 스톡홀롬에서는 뷰티 특화 매장인 ‘뷰티 바’를 운영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H&M 측은 “화장품 부문 역시 의류 부문처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에코 서트 인증을 받은 등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대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H&M 뷰티 부문의 아이섀도 팔레트. H&M 측은 "뷰티 부문의 한국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사진 H&M 미국 홈페이지

H&M 뷰티 부문의 아이섀도 팔레트. H&M 측은 "뷰티 부문의 한국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사진 H&M 미국 홈페이지

화장품 부문이 정체된 SPA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생산·유통 프로세스가 유연한 SPA 브랜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화장품 시장의 합은 나쁘지 않다. SPA 브랜드의 화장품 출시를 단순히 구색 맞추기 식이 아니라 영역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보는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