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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하고 세련된 중간의 철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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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호 21면

망설임의 윤리학

망설임의 윤리학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서커스

우치다 타츠루는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중 한 명이다. 프랑스 문학과 사상을 공부한 그는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리버럴 윤리학자’로 불린다. 공저와 번역을 포함해 10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그의 사상에 매료된 마니아도 많다. 그들에게 이 책은 반가운 단비일 것이다. 우치다가 2001년에 쓴 첫 단독 저서이기 때문이다.

우치다가 20세기의 마지막 1990년대 후반에 쓴 텍스트를 모아 펴냈다. 40대 후반에 젊고 활기가 넘쳤던 우치다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일본이 세계 제2위 GDP 대국이었던 시대의 ‘여유’ 같은 것이 글의 행간에 배어 있다”고 표현했다.

책은 크게 성, 전쟁, 이야기 등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페미니즘, 젠더론, 전후 책임론 등에 대해 여러 사상가들의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 나아가 그만의 사상을 서술해놨다. 철학적 글은 보통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우치다는 일상어와 주변의 에피소드를 엮어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했다.

약 20년이 지난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세련된 느낌이 든다. 자신의 생각을 참신하게 전개해 현시대의 젊은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치다도 “‘시대에 뒤처진’ 인상은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시 유행하는 것에 등을 돌린 반시대적인 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옮긴이의 노력도 느껴진다. 이 책을 번역한 박동섭은 우치다의 글에 대해 ‘남들이 결코 사용하지 않을 어휘 꾸러미’ ‘남들이 구사하지 않을 것 같은 논리’ 등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우치다의 사상을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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