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일상은 돌아왔다. 20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닫혔던 교문이 열린다. 이미 출퇴근 길은 직장인으로 붐빈다. 시장과 상가엔 모처럼 온기가 돈다.
중앙일보 코로나 극복 캠페인 '해피마스크' #'마스크 꼭 쓰자, 재미있게' 메시지 담아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 스티커 재능 기부 #전국 독자·의료진·소상공인·교사에게 배포
그러나 이태원 발 감염 사태에서 보듯 코로나19는 방심의 틈을 파고든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으로 우뚝 서자면 생활 방역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그 중에서도 마스크 쓰기는 필수다.
그런데 마스크로 반이 가려진 얼굴을 마주하는 건 답답하다. 마스크가 끊어놓은 소통의 끈을 다시 이를 방법은 없을까. 중앙일보가 던진 화두에 한국의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이 화답했다.
‘마스크 꼭 쓰자, 재미있게’라는 모토의 중앙일보 ‘해피마스크’ 캠페인을 위해 디자이너 9명이 마스크 위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디자인을 재능 기부했다. 한국 패션계의 산증인 이상봉 디자이너는 “답답한 마스크가 소통을 막고 있지만 그 위에 붙이는 작은 스티커 하나가 단절된 마음을 이어주는 격려와 응원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디자이너 9명의 ‘해피마스크’ 스티커를 무료 배포한다. 의사협회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선 전국 의사·간호사에게도 전한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에게도 응원 메시지와 함께 나눠줄 계획이다.
홍보대사를 맡은 가수 인순이는 “날씨가 더워질수록 마스크 쓰는 게 답답하겠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 꼭 써야 한다”며 “대신 인사이트 있는 디자이너 작품 스티커로 자칫 소원해질 수 있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고 강조했다.
107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마이린(본명 최린)은 “곧 개학하면 친구들을 만날텐데 서로 스티커를 붙여주면 재미 있겠다”고 말했다. ‘해피마스크’에 담긴 스티커는 하나하나가 디자이너 작품이다.
◇고태용=‘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상징인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2010년 반려견을 모티브로 선보인 ‘I.L.P(I Love Pet)’ 티셔츠엔 ‘국민개티’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마스크 쓰고 손 씻는 강아지를 보며 사람들이 하하하 웃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희=패리스 힐튼, 비욘세 등이 선택한 ‘그리디어스’의 박윤희 디자이너는 알록달록한 군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는 “BTS의 아미(Army)처럼 코로나 때문에 힘든 우리 모두를 서로가 지켜주자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현민=BTS가 월드투어와 뮤직비디오 촬영 때 입은 남성복 브랜드 ‘뮌’의 한현민 디자이너는 지구가 마스크를 쓴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는 “마스크를 쓰는 건 전 세계인과의 약속”이라며 “약속을 잘 지켜야 코로나19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청청=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알려진 ‘LIE’의 이청청 디자이너는 코로나 사태 이후 믿음의 가치를 절감했다. 그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타격을 입었지만 임직원이 믿고 버텨준 덕에 이겨내고 있다”며 “믿음(BELIEVE)만 있다면 어떤 난관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봉=이상봉 디자이너는 지난 1월부터 홀로 코로나 극복 캠페인을 벌여왔다. ‘괜찮아’, ‘It’s OK’ 등의 문구를 담은 티셔츠를 젊은이들에게 나눠줬다. 이번 중앙일보의 ‘해피마스크’ 캠페인에도 같은 디자인으로 참여했다.
◇신혜영=수지·현아·제니 등 아이돌 가수가 즐겨 입는 옷으로 유명한 ‘분더캄머’의 신혜영 디자이너는 미니멀리즘을 강조했다. 하트에 ‘해피(HAPPY)’한 눈웃음과 입 모양으로 응원 메시지를 표현했다.
◇서병문·엄지나=마스크 속에 감춰진 웃는 입을 분홍 꽃으로 표현했다. 프랑스어로 ‘침묵’이란 뜻인 ‘뷔메에트’의 서병문·엄지나 디자이너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서로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정재선=여성복 브랜드 ‘테이즈’의 정재선 디자이너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 단골로 등장한 식물 ‘몬스테라’의 잎을 따왔다. 그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이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거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몬스테라를 보며 환경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봉·유부혁·서지명·김나현 기자 m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