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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겁나, 운전자보험 2~3개씩 든다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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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영업자 박모(50)씨에겐 기존에 가입한 운전자보험이 있었다. 그는 보험 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추가로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냈을 때 무겁게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법 시행 한 달새 가입자 2.4배 늘어 #여러 개라도 보험금 중복지급 안해 #음주·뺑소니 땐 보장 못 받아 주의

얼마 뒤 박씨는 교통사고를 내고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두 개의 보험에서 각각 500만원씩 보상을 받았다. 만일 박씨가 첫 번째 보험의 보상 한도를 1000만원 이상으로 했다면 첫 번째 보험에서 1000만원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굳이 두 개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고객이 실제로 손해 본 만큼 보상(실손보상)하는 보험은 여러 개의 상품에 가입했어도 보험금을 중복 지급하지 않는다.

지난 3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운전자보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손해보험사의 운전자보험 신규 판매는 83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 1~3월의 월평균 판매 건수와 비교하면 2.4배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운전자보험의 전체 가입 건수는 1254만 건에 달했다.

금감원은 운전자보험의 불완전 판매도 늘고 있다고 보고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우선 운전자보험 중 실손보상 특약(벌금·형사합의금·변호사비용 등)은 여러 개의 상품에 가입했어도 보험금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다. 자칫 고객 입장에선 보험료만 중복으로 지출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에 가입한 운전자보험의 보상 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때는 기존 상품에서 보상 한도를 증액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면 보험료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에 가입했어도 음주나 뺑소니·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냈다면 벌금이나 형사합의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형사합의금 특약에 가입한 뒤 사고를 냈을 때는 보험사가 직접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보험 가입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먼저 지급한 뒤 보험사에 청구할 수도 있다.

운전자보험 중에는 만기가 됐을 때 고객에게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만기환급형)과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 상품(순수보장형)이 있다. 통상 만기환급형은 순수보장형보다 보험료가 두 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교통사고에 대한 보장만 원하는 소비자라면 순수보장형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금감원은 안내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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