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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앞에는 운하가 있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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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호 17면

비행산수-서울 물길 ④ 마포 일대

비행산수

비행산수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능선과 능선 사이 골짜기를 흐른다. 가다가 막히면 아무리 멀어도 돌고 돌아간다.

1940년대 서울 지도를 보자니 이상한 물길이 하나 보인다. 마포경찰서 뒷산을 뚫고 아현천과 봉원천을 잇는 선통물천이다. 지금의 지하철애오개역~쌍룡산~숭문고교~서강대학교 앞을 지난다. 산 아래는 터널 구간이니 인공하천이다. 일본강점기인 1920년대중반에 만들었다. 치수가 허술해 장마철이면 마포 일대가 범람하던 시절이었다. 홍수 때 한꺼번에 밀려드는 물을 분산하는 용도로 만들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선통물천(先通物川)은 본래 아현천의 옛 이름이다. 물건을 먼저 풀어놓는다는 뜻이다. 아현동에는 선통물천장터가 있었다. 애오개역 근처 아닐까 싶다. 작은 배들이 마포 포구에 들어온 물건들을 싣고 아현천을 따라 올라와 이 장터에 풀었다.

안산에서 내려오는 봉원천은 세브란스병원앞에서 신촌 기차역 쪽으로 U자 형태로 크게 휘어진다. 연세대학교 백양로를 빠져나온 작은 개울과 현대백화점 뒤에서 만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마포 일대 옛 물길 역시 이제는 자취를 찾기 힘들다. 구불구불한 물길은 곧게 다림질이 되었고 그위로 차들만이 흐를 뿐이다. 직선은 인간이 만들었다. 자연은 곡선이다.

그림·글=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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