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산수-서울 물길 ④ 마포 일대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능선과 능선 사이 골짜기를 흐른다. 가다가 막히면 아무리 멀어도 돌고 돌아간다.
1940년대 서울 지도를 보자니 이상한 물길이 하나 보인다. 마포경찰서 뒷산을 뚫고 아현천과 봉원천을 잇는 선통물천이다. 지금의 지하철애오개역~쌍룡산~숭문고교~서강대학교 앞을 지난다. 산 아래는 터널 구간이니 인공하천이다. 일본강점기인 1920년대중반에 만들었다. 치수가 허술해 장마철이면 마포 일대가 범람하던 시절이었다. 홍수 때 한꺼번에 밀려드는 물을 분산하는 용도로 만들었다.
선통물천(先通物川)은 본래 아현천의 옛 이름이다. 물건을 먼저 풀어놓는다는 뜻이다. 아현동에는 선통물천장터가 있었다. 애오개역 근처 아닐까 싶다. 작은 배들이 마포 포구에 들어온 물건들을 싣고 아현천을 따라 올라와 이 장터에 풀었다.
안산에서 내려오는 봉원천은 세브란스병원앞에서 신촌 기차역 쪽으로 U자 형태로 크게 휘어진다. 연세대학교 백양로를 빠져나온 작은 개울과 현대백화점 뒤에서 만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마포 일대 옛 물길 역시 이제는 자취를 찾기 힘들다. 구불구불한 물길은 곧게 다림질이 되었고 그위로 차들만이 흐를 뿐이다. 직선은 인간이 만들었다. 자연은 곡선이다.
그림·글=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