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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탓 훈련 못한 해외파…배선우가 먼저 ‘감’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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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배선우. [뉴스1]

배선우. [뉴스1]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조심스레 개막했다. 14일 첫날 경기에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배선우(26·사진)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KLPGA 챔피언십 첫날 5언더파 #갤러리 없는 어색함 속에 선전 #박성현·김효주·김세영 등은 부진

배선우는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시작한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합계 5언더파로 김자영(29)과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미국(LPGA)·일본(JLPGA)의 해외파 선수 7명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결과다.

경기 후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나선 배선우는 “연습을 많이 못해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하고 나왔다. 우려했던 것보다 성적이 좋았다”며 웃었다.

2012년 KLPGA에 입회한 배선우는 2016년과 18년 2승씩을 거두고 지난해 일본 여자투어에 진출했다. 정교한 아이언샷과 꾸준함이 돋보이는 그는 지난해 J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시즌 상금 랭킹도 4위(1억2756만엔)에 올랐다. 1월에는 일본의 부동산 개발·건설회사인 다이와랜드그룹과 3년 후원 계약도 맺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그러나 3월 개막 예정이던 JLPGA 투어 대회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됐다. 배선우는 일본에서 연습을 하며 기약 없이 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KLPGA 챔피언십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대회 출전을 위해 배선우는 지난달 24일 귀국했다. 해외 입국자인 관계로 8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격리를 마치고 6일 만에 이날 대회에 나선 것이다. 배선우는 “개막 전날(13일) 연습 때까지도 샷 감각이 안 올라와 ‘이번 대회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흘만 연습을 안 해도 감이 떨어지는데, 2주간 집을 지키면서 연습을 하지 못하니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 그대로 ‘감’만 가지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갤러리 없이 하는 경기도 생소했다. 배선우는 “‘굿샷’이라고 외치는 환호와 박수가 없으니 허전했다. 보통 갤러리 반응을 보고 나서 그린 위에 공이 어떻게 갔는지 보곤 했다. 아무도 없다 보니 같이 라운드하는 선수끼리 서로의 공을 봐줬다. 그런 상황이 어색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상황을 연습 라운드처럼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보기 없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갤러리가 없는데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박성현(1오버파), 김효주(이븐파), 김세영·이보미(이상 2오버파) 등 해외파는 대회 첫 날 부진한 편이었다. 해외파 중에선 배선우만 유일하게 언더파를 쳤다.

배선우는 “그동안 근심 걱정만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골프 대회에 출전하니까 비로소 살아나는 느낌이다. 마음을 비우고 치니까 골프가 잘 됐다”고 말했다. 배선우는 2016년 인천 스카이72에서 열린 제38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배선우는 “첫날은 운이 좋았지만, 골프는 끝까지 가서 장갑을 벗어야 (결과를) 안다. 시즌 첫 대회라 욕심을 안 냈지만, 기회가 온다면 꼭 잡겠다”고 말했다.

양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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