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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동생 펀드니 믿으라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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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자들에게 ‘디스커버리는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장(청와대 정책실장의 오기)의 동생이 대표인 회사’라는 점을 들며 안심시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의 해당 부분 캡처]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자들에게 ‘디스커버리는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장(청와대 정책실장의 오기)의 동생이 대표인 회사’라는 점을 들며 안심시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의 해당 부분 캡처]

한국투자증권이 부실이 발생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자들에게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장하성 전 대통령 정책실장의 동생이 대표인 회사’라는 점을 내세워 안심시키려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펀드는 환매가 중단됐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환매 중단 디스커버리 투자자에 #한투증권, 작년 “안심하라” 보고서 #고객엔 확정금리형이라 안내 #판매사 자료엔 위험등급 1등급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15일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 투자자 약 50명에게 부실 발생 가능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보냈다. 이 상품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로,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해 2월 이를 70억원어치 판매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해당 펀드를 운용 중인 해외운용사의 부정행위 적발로 자산이 동결됐다”고 안내했다. 이어 “펀드가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해당 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V)인 DLG가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했는데, DLG 자산은 DLI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금융당국에) 받아들여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아울러 보고서 말미엔 “디스커버리는 장하성 전 대통령 비서실장(청와대 정책실장의 오기)의 동생인 장하원 전 하나금융경제연구소장이 대표인 회사”라는 점을 명시하며 “운용사가 책임을 다할 것을 신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2월 한국투자증권 PB센터 직원이 투자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제보자]

지난해 2월 한국투자증권 PB센터 직원이 투자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제보자]

당시 이 보고서를 받았던 투자자 A씨는 “장 전 실장의 이름을 굳이 거론하며 투자자들에게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안심시켰다”며 “그러나 그 이후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진행경과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은 2017~2019년에 걸쳐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약 1800억원 판매했다. 최근 판매사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측으로부터 현지 실사 결과 해당 펀드의 주요 편입자산에서 8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투자자들에게 고지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펀드를 판매할 당시,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확정 금리 상품이라고 설명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 PB(프라이빗뱅킹)센터 직원은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은 확정금리형 상품이어서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분들께 권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PB센터 직원도 다른 투자자에게 “(해당 펀드는) 수익률 연간 4%의 확정금리형”이라고 안내했다. 이들은 또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이 4%가 되지 않아도 운용사가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디스커버리 측이 판매사에 전달한 투자제안서에는 해당 상품의 위험등급이 가장 높은 1등급으로 안내돼 있다. 1등급은 원금의 20% 이상을 떼일 수 있고, 고위험 자산에 주로 투자되는 상품 등급이다.

다른 판매사인 하나은행도 투자자들에게 2018년 펀드 판매 당시 ‘운용사에서 원금 및 금리 보전을 해주는 상품’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을 통해 695억원 상당을 투자한 투자자 200여명 역시 “투자 당시 판매 직원들이 ‘원금보장 상품’이라고 소개했다”고 주장한다.

한 투자자는 “도대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어떤 회사길래 이렇게 위험한 상품을 주요 금융회사에 많이 팔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판매사들은 디스커버리 말만 믿고 상품 판매 이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은행을 통해 해당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B씨는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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