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당한 의사 3년 투쟁 승리

중앙일보

입력

의료사고를 당한 의사가 병원을 상대로 3년여의 법정투쟁을 벌인 끝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산부인과 개업의 朱모(51) 씨는 1995년 8월 인천의 K병원에서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朱씨는 통증이 계속되자 자신의 모교인 서울 K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집도한 담당의사는 이상이 있는 1, 2번 요추(腰椎) 가 아닌 다른 부위를 잘라내는 실수를 저질렀고 朱씨는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97년 사고를 낸 병원을 상대로 4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겪게 됐다.

병원측은 사고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했고 모교에 근무하는 대학동창까지 법정에 나와 朱씨에게 사고의 책임을 돌렸다.

2년 동안 진행된 1심에서는 대학병원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朱씨는 "K병원도 신속히 수술을 받아야할 상황에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禹義亨부장판사) 는 21일 "인천 K병원 당직의사는 朱씨의 증세가 악화되고 있는 데도 단순한 허리디스크로 판단, 수술 시기를 놓쳤고 서울 K대병원은 엉뚱한 부위를 수술해 병을 악화시킨 책임이 인정된다" 고 판결했다.

배상금은 2억2천여만원. 朱씨측 박성원(朴成源) 변호사는 "피해자가 진료기록을 볼 줄 아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맡았던 의사들이 뻔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의 이런 관행을 의사들이 나서서 뿌리뽑지 않으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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