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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위험 감수하고 노세요"…클럽 홍보한 철없는 유튜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논란인 와중에 한 유튜버가 클럽에 직접 다녀온 영상을 올려 비판받고 있다. 10일 구독자 2만여명을 가진 유튜버 A씨는 '강남클럽 1등 인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강남에 위치한 한 클럽이 새로 개업한 지난 8일에 촬영됐다. 영상 속 클럽 내부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뒤 폐쇄된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의 모습.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뒤 폐쇄된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의 모습. 뉴스1

강남 클럽 문 닫자 "코로나에 홍대는 어떤지 가 보자"  

A씨는 지난 3월 강남 일대 클럽들이 모두 문을 닫자 홍대 클럽을 찾아가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에 등장한 한 출연자는 "강남은 전 클럽 휴업인데 홍대에 문 연 클럽이 있다"며 "코로나에 홍대는 어떤지 한 번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홍대 클럽 내부 영상이 등장하며 자막으로는 "집에서 쉴 분들은 쉬고 놀 사람은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 노세요" "법이 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선택은 자유니까요"라고 적었다.

A씨는 국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1월 말부터 지금까지 클럽 방문 영상을 20개 이상 올렸다. 5월 초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에 올린 클럽 리뷰 영상도 3개다.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걸린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 연합뉴스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걸린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 연합뉴스

유튜브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A씨를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씨의 채널에는 "생각이 있나, 마스크 안 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 국민이 예민한 시기에 그에 맞는 영상을 올려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구독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 국민이 힘든데 대놓고 클럽을 홍보해 화가 난다"고 했다.

"K클럽에서 놀다 올걸" 발언도 지적

한편 한 성소수자 유튜버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다음 날 라이브 방송에서 해당 클럽을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유튜버는 지난 4일 라이브 방송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앞에 줄이 길어 사람이 많은 줄 알고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고 보니 명단 작성 때문이었다"며 "그런 줄 알았으면 놀다 올걸"이라고 발언했다. 한 구독자는 "일이 터진 다음 날 방송에서 당시 k클럽 앞을 다녀왔다고 했다"며 "사회적 인식이 안 좋고 굉장히 예민한 시기에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에서 옳지 않은 언급을 했다"고 비판했다.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K클럽. 편광현 기자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K클럽. 편광현 기자

전문가들 "성숙한 모습 필요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처럼 심각한 소재를 다룰 때는 콘텐츠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클럽 내부에 마스크를 벗고 노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놀았다고 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그는 "여행 유튜버들은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집에서 놀기'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클럽 유튜버들도 국민 정서를 반영해 더 성숙한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유튜브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유튜버들도 비판을 받아들여 균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29일 동대구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도망가는 상황을 연출한 몰카 영상을 찍은 유튜버 5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비슷한 시기에 지하철역에서 "나는 우한에서 왔다"며 코로나19 환자 행세를 한 영상을 올린 유튜버도 경찰에 붙잡혔다. 박지종 평론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때는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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