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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1시간 컷' 진단 키트 도입한다는데…검사 속도 빨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호주 한 연구실에 있는 RT-PCR 장비 [AFP=연합뉴스]

호주 한 연구실에 있는 RT-PCR 장비 [AFP=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1시간 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는 ‘응급용’ 유전자 검사시약 긴급사용 신청 공고를 11일 냈다. 긴급 수술이나 분만 시 현재 6시간이 걸리는 검사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시켜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번 긴급사용승인 신청 대상은 기존과 같은 유전자 증폭 검사(PCR) 방식의 시약이다. 검체에서 핵산(RNA)을 추출해 증폭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다만 과정을 달리해 검사 시간을 줄인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PCR은 사람이 직접 핵산을 추출해 시약을 담고, 다시 이를 기계로 옮겨 핵산을 증폭하는 과정을 거친다. 몇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까지 최소 6시간이 걸린다. 반면 이번에 도입하려는 응급용 PCR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45분 이내에 결과를 낸다. RNA 추출부터 증폭까지 하나의 카트리지나 키트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계에 검체를 넣기만 하면 양성 혹은 음성 판정이 나온다.

국산 장비 극소수…외국산 도입할수도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PCR 장비에 시약만 새로 개발해서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응급용 검사를 위한 기계를 따로 확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기계와 시약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코바이오메드 등이 1시간 내에 검사할 수 있는 PCR 장비와 키트를 개발해 수출 중이라고 밝혔다.

세페이드사가 개발한 진엑스퍼트 기기 [사진 세페이드 캡쳐]

세페이드사가 개발한 진엑스퍼트 기기 [사진 세페이드 캡쳐]

이미 국내에 있는 외국산 장비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력한 후보로는 미국 세페이드사가 개발한 진엑스퍼트(GeneXpert)가 거론된다. 세페이드사에 따르면 진엑스퍼트는 45분 안에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이 제품에 대해 긴급사용승인(EUA)을 내줬다. 국내 일부 의료기관도 결핵 검사 목적으로 이미 진엑스퍼트를 보유중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시약이 나오면 기존 기계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대량 검사 한계…빠른게 능사는 아냐

질본은 11일 신청 공고를 내며 ‘검체 전처리부터 결과 도출까지 1시간 이내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접수 기간은 6월 1일부터 5일까지다. 지난 1월 처음으로 RT-PCR 긴급사용승인 신청 공고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이다. 이를 두고 업체들에게 시간을 주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응급용 PCR의 경우 일반 RT-PCR보다 수요가 적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지 미지수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기존에 PCR 기반 시약을 만드는 업체들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젠바이오텍·씨젠·SD바이오센서 등 6개 기업이 국내서 RT-PCR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다만 빠른게 능사는 아니다. 응급용 PCR도 한계가 있어 기존 RT-PCR을 대체하긴 어렵다.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검체가 적어 대량 검사에는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엑스퍼트는 한 진단검사 기기에 검체가 2~4개 밖에 안 들어간다. 기존 RT-PCR은 한 기기에 최대 96개 검체를 넣을 수 있어 한 번에 많은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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