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운명을 건 게임 ‘韩 디지털 인프라 VS 中 신SOC’ 누가 앞설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5G 인프라 조기 구축, 데이터를 수집·축적·활용하는 인프라 구축. 이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출처 중앙포토]

[출처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연설 중 한 대목이다.

그런데 이 워딩,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발언에서도 나온다. 우리보다 한 달 넘게 앞선 3월 4일, 중앙정치국 상무회의에서 였다.

5G 네트워크 건설, 데이터 처리 센터 확충 등 '신SOC' 투자에 국가 역량 투입하겠다.

[출처 바이두]

[출처 바이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뉴딜 사업'으로 디지털 SOC를 들고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라고 표현했고, 시 주석은 '신(新)SOC'라는 새로운 용어로 명명했다.

같은 방향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구체성, 범위, 속도 등은 중국이 훨씬 더 앞서 있다. 우리는 아직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신SOC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를 들어 "문 대통령이 중국의 신SOC를 베낀 것 아니야?"라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리 있겠는가? 두 나라 모두 '디지틸 인프라'를 구축해야 차세대 산업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중국은 SOC로 재미를 본 나라다. 경제가 어렵다 싶을 때 철도 깔고, 공항 짓고, 항만 확충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철도 투자가 컸다. 그때 시작한 고속철도 사업은 지금 중국을 세계 최고의 고속철도 강국으로 키웠다.

2020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 정부가 뽑아든 카드 역시 SOC 투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앞에 '신(新)'자를 붙였다. 항만이나 철도와 같은 전통적 SOC가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SOC에 돈을 퍼붓겠다고 나선 것이다. 7개 영역을 선택했다. 5G, AI, 빅데이터, IOT, 고속철도, 특고압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등이다. 우리가 말하는 제4차산업혁명 영역이다.

중국은 이미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앙정부가 '길은 저쪽이야'라고 앞서 지방정부는 구체적인 플랜을 들고 따라간다. 상하이 시정부의 경우를 보자.

상하이는 뉴SOC 사업을 위한 2020~2022년 시행방안을 마련했다. 3만4000개의 5G 기지국, 100개 이상의 무인 공장, 10만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45개의 택시 충전소 건설 등 48개 항목이 포함됐다. 이 부문에 2700억 위안(약 20조4000억 원)이 투입된다. - 중국과기일보, 5월8일 보도

상하이뿐만 아니라 대부부의 31개 성(省)들이 뉴SOC 프로젝트를 속속 내놓고 있다. 곧 중국 전역에서 디지털 인프라 건설 붐이 일어날 판이다. 컨셉만 제기하고, 추진 의지만 밝히는 우리 정부와는 속도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 전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마련되고 있는지, 다음의 링크를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중국은 돌림병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2003년 사스 역병은 중국에 인터넷 붐을 일으켰다. 전염병 정보를 전하는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인터넷은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윈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그 즈음이다. 사스가 중국 인터넷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중국은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또 한번 판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 방향이 바로 제4차산업혁명이다.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IOT...이들 사업을 '신SOC'로 포장했을 뿐이다. 정부와 민간이 스크럼을 짜고 달려든다.

중국의 속내도 읽을 수 있다. '인터넷 혁명에서는 뒤졌지만 AI 기술은 선도하겠다'라는 비전이다. '미국을 이길 수 있는 AI 강국', 그게 신SOC에 담긴 그들의 꿈이다. 그래서 더욱 신SOC 정책에서는 결기가 느껴진다.
문재인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VS 시진핑의 '신SOC' 투자
누가 앞설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누가 더 빨리 코로나 위기를 끝내고 경기를 회복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 산업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의 과제다. 한-중 경제 역학도 결정지을 요소다. 자칫 뒤진다면, 우리 산업은 중국에 질질 끌려다녀야 할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선 듯 보인다. 구체적이고, 빠르고, 뚜렷한 비전이 있다. 우리는 과연 이런 중국을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미래 산업의 운명을 건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차이나랩 한우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