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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좀잘아는형님] 난리 난 원유ETF…장기투자? 안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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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서서히 하락하던 국제 유가는 3월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상 결렬로 증산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충격이 겹쳤다.

미국의 중재로 각기 일정 기간 감산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유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미국 원유 생산량은 이미 러시아와 사우디 생산량을 추월했다.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원유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향후 추가감산이 얼마나 이뤄질지 모르지만 산유국의 치킨게임은 치킨 게임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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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급락한 자산을 싸게 사들이는 건 개인투자자의 본능인 듯하다. 투자자들의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급증했다.

선물 투자란?

원유와 같은 원자재를 투자할 때 꼭 알아야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현물 거래가 아닌 선물 거래를 통해 투자한다는 것이다. 원자재는 현물로 거래하기에 보관, 운반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 선물로 거래된다.

급증한 원유선물ETF 순매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급증한 원유선물ETF 순매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예를 들어 옥수수나 원유 현물을 직접 사려면 옥수수를 보관할 창고나 원유를 저장할 탱크 같은 시설물 보관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투자자가 직접 운반해서 보관할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원자재에 투자할 때에는 선물 거래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선물 거래는 매매할 가격과 수량, 계약 만료일이 미리 정해진 ‘계약’에 대한 거래이다. 똑같이 원유에 투자한다고 해도 아래 그림과 같이 원유 선물에 대한 계약 만기일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A라는 사람이 2020년 6월에 원유 1배럴(약 160L)을 살 수 있는 계약 증서를 가지고 있는데, 4월에 A가 갑자기 돈이 급해서 B에게 그 증서를 팔았다. 이럴 때 A는 B에게 원유선물 1계약을 매도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선물가격은 현물가격에 잔존 만기, 가격 전망, 보유 비용 등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만약 현물 가격이 향후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선물 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고, 반대로 현물 가격이 향후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될 것이다. 현재는 시장에서 지금보다 미래에 원유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만기가 긴 선물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를 콘탱고(Contango) 시장이라고 하고 반대(만기가 길수록 선물가격이 낮음)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한다.

원유선물 만기별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유선물 만기별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만기 있는 선물 vs 만기 없는 ETF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물은 만기가 있다. 선물 만기 때까지 보유하여 원유 실물을 부산항에서 인도 받지 않으려면 롤오버(Roll-over)를 해야 한다. 롤오버란 만기가 가까워진 최근월물을 다음 월물로 교체하는 것이다. 다만 요즘 같이 콘탱고가 심해진 상태면 현재 보유 선물을 다음 월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백워데이션 시장에서는 롤오버 과정에서 현재 가격보다 낮아진 선물로 롤오버를 하게 되어 비용이 아닌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원유선물ETF를 처음 매매하는 투자자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버티기가 답?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존버’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투자했던 자산 손실이 크게 발생해도 언젠가는 다시 상승하여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버텨서 되는 상품이 있고 버티면 안 되는 상품이 있다. 그 중 원유선물ETF는 버티면 안 되는 자산이다. 최근 같은 ‘슈퍼콘탱고’ 시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점을 알고 현명한 투자를 하길 바란다.

글=공형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선임매니저, 영상=박승영·김한솔·여운하, 그래픽=이경은·김현서

(필자의 개인 견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식적인 견해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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