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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회 앞두고 반체제 인사 탄압…연행하고, 자아비판 강요

중앙일보

입력

중국 당국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각종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의 헌법학자인 장쉐중(張雪忠)이 지난 9일 위챗(인스턴트 메신저)에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공안에 연행됐다.

헌법학자 장쉐중, 위챗에 비판글 올렸다가 #"이튿날 공안 들이닥쳐 연행해갔다" #코로나19 대응 비판한 반체제인사, #가택연금에 자아비판 강요

헌법학자인 장쉐중(오른쪽 사진)과 그가 위챗에 올렸다는 정부 비판 글을 캡처한 사진. [바이두 캡처]

헌법학자인 장쉐중(오른쪽 사진)과 그가 위챗에 올렸다는 정부 비판 글을 캡처한 사진. [바이두 캡처]

장쉐중은 위챗에 "중국의 정치체제는 매우 후진적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은 이런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처벌을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거론하면서 "우한 봉쇄령에 앞서 당국은 탄압하기에만 급급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또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월 3일 이후 미국 정부에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알렸지만, 정작 중국 인민은 이를 알 수 없었다"며 "중국 정부의 오랜 통제는 시민사회를 파괴하고, 독립적인 언론 매체 등이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에게 현대 정치에 맞도록 새 헌법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또 정당과 언론의 자유 보장, 공산당의 특권 박탈, 정치범 석방 등을 적시한 결의안 채택도 촉구했다.

중국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 [뉴스1]

중국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태를 외부에 최초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 [뉴스1]

장쉐중은 2013년 중국의 정치개혁 등을 요구하다가 화동정법대 교수직에서 해고됐다. 이후 인권 변호사로서 활동했지만 지난해 변호사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장쉐중의 지인들은 위챗에 투고한 이튿날 공안이 들이닥쳐 그를 연행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 잉청시의 반체제 인사 두다오빈(杜導斌)이 가택 연금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후베이성 지방 공무원 출신인 두다오빈은 20년 전부터 온라인에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급기야 2004년에는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비판하고,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 교수의 정부 비판을 지지하다가 가택 연금을 당했다. 공안은 그에게 자아비판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올해 양회는 이달 21일 열린다. 21일 국정 자문기구 성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이어 22일 입법기관인 전인대가 각각 회의를 연다. 기사와 사진, 영상 등은 모두 관영 3개 매체가 다른 매체에 제공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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