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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5조' 네이버의 부활…그뒤엔 '한국 뺄셈 해외 덧셈'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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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5조1000억원 〉 28조6000억원

[시총 35조 기업 네이버①]

지난 7일 코스피 상장사인 네이버 시가총액이 35조원을 돌파했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시총을 모두 합한 값(28조6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네이버는 명실공히 한국 최강의 인터넷 기업이 됐다.

네이버, 통신3사 시가 총액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 통신3사 시가 총액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완연한 회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고 한때 27% 이상이었던 영업이익률은 7.9%(19년 2분기)로 수직 낙하했다. 라인이 일본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려 마케팅 출혈 지출을 한 탓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됐고, 지난 1분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에도 ‘언택트(비대면) 호황’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 3년간 네이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뺄셈의 한국, 덧셈의 아시아

네이버의 최근 3년은 ‘한국 뺄셈, 해외 덧셈’으로 축약된다. 인터넷 기업들이 택시ㆍ배달ㆍ은행 같은 사업에 뛰어들 때 네이버는 손대지 않았다. KTㆍ카카오가 뛰어든 인터넷 은행에 네이버는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배달사업에도 거리를 유지했다. 지난 2017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매각으로 지난해 1800억원의 차익을 거뒀을 뿐이다. 반면 모빌리티와 배달 플랫폼에 진출한 카카오와 우아한형제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택시ㆍ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극심한 갈등에 휘말렸다.

최근 네이버가 속도를 내는 온라인 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에 ‘24시간 내 배송’을 도입해 쿠팡과 경쟁하면서도, ‘진출’이라는 표현에는 손사래를 친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생필품 등 배송 수요가 네이버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면서도 “각 사업자에 저희는 도움 드리는 구조”라며 ‘제휴’라고 말했다. '포털 공룡'이라는 비판에 오래 시달렸던 네이버는 '제휴'와 '상생'을 유독 강조한다.

네이버 3년, 침체와 회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 3년, 침체와 회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남아 언택트 노려

해외에서는 반대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높은 일본·동남아 점유율을 기반으로, 택시ㆍ배달ㆍ은행 사업에 적극 진출한다. 모든 것이 라인 안에서 이루어지는 ‘슈퍼 앱’을 노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동남아ㆍ일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새로 세운 법인 17개 중 7개가 일본 법인이고, 한국·대만(3개), 베트남(2개), 싱가포르·태국(1개) 순이다.

네이버 LINE의 아시아 주요 사업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 LINE의 아시아 주요 사업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라인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는 지난달 태국에서 음식배달ㆍ구매대행ㆍ택배 서비스를 하는 계열사 ‘라인맨’에 3000만 달러(365억) 자금을 대여했다. 심부름으로 시작한 라인맨은 올해 초 신선식품 배달도 시작했다. 태국 내 라인 이용자는 4600만 명으로, 이 나라 인구(6940만 명)의 66%에 달한다.

네이버는 지난달엔 3400억원을 들여 일본 음식 배달업체 데마에칸 지분 60%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마에칸은 우버이츠와 함께 일본 내 양대 배달업체로 꼽힌다. 라인이 이미 일본 전역에서 운영하는 음식 주문·배달 서비스 ‘라인 델리마’와 함께, 일본 내 ‘배달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이외에도 라인은 일본에서 원격 의료 및 원격 변호사 상담 서비스, 대만에서 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동남아 핀테크, 라인 한국 법인이 지휘 

네이버의 해외 투자 정점은 금융이다. 라인은 지난해 7얼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허가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 현지 법인과 함께 디지털 뱅크 사업을 진행하며, 태국에서는 현지 은행과 합작회사를 세워 금융에 진출했다.

이같은 사업은 라인의 한국 내 손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플러스(LFP)가 맡는다. LFP는 지난 6일 라인파이낸셜아시아(LFA) 지분 100%를 인수해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동남아 금융 신사업을 한국 내 법인 LFP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해외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는 개척, 한국은 관리’ 될까

네이버의 이런 전략은 2017년 대표 교체를 기점으로 분명해졌다.
2017년 초 네이버 대표가 8년 만에 ‘법률 전문가’에서 ‘서비스 전문가’로 교체됐다. 판사 출신 김상헌 전 대표는 네이버가 각종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을 받는다. 검색·광고 등 인터넷 서비스 실무에 능한 한성숙 대표가 내부 승진했을 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리스크 관리에서 매출 관리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한 대표가 국내 매출을 유지하면, 기술 구심점인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가 해외를 개척하는 구조라는 것.

문제는 네이버가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절대 강자가 됐다는 것이다. 2017~2019년 네이버 실적 암흑기는 법조인 자녀 인턴 특혜(2017), 뉴스 배치 조작(2017), 드루킹 댓글 조작(2018) 등 회사가 국내에서 겪은 사회적 논란과도 맞물린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 나와 스포츠 뉴스 임의 삭제 및 재배열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며 사과했다. 당시 의원들이 질의한 네이버 뉴스 관련 일부 사안에 이 GIO는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아 그 건은 제가 알 시간이 없었다", "뉴스 부분은 그동안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업책임자들이 다뤘다"라고 답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GIO가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을 들으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GIO가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을 들으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곧 '대기업'

주목만큼 책임과 견제도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이해진 GIO를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지난 2월에는 ‘이 GIO가 네이버 총수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본인·친족·관계자가 보유한 21개 회사를 계열사 자료에서 누락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다.

현재 속도로 봐선 내년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1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0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산총액 9조4911억원으로, 아직은 준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집단)이다. 대기업에 지정되면 규제·감독은 더 강화된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와 규제가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것도 네이버엔 부담이다. 뉴스 댓글 조작 논란에 휘말렸던 네이버는 최근 텔레그램 불똥에 긴장 상태다. 해외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n번방 성착취’ 사건의 대책으로 나온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에는 네이버같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성범죄물 유통 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지난 7일 국회 담당 상임위를 통과했다. 통신망사업자(ISP)의 몫이던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콘텐트 사업자(CP)에게도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뒀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상임위에서 반영되지는 않았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선택은 규제로 막을 수 없다”며 “시장에 적절한 규칙은 필요하지만 플랫폼 산업에 대한 (국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시총 35조 기업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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