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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쇼크, 또 휴가 통제? 두달 갇혔던 군인들 "우린 뭔 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가 나온 군 장병이 10일 오전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TMO)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휴가 나온 군 장병이 10일 오전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TMO)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클럽·찜질방 안 갔다는 보고를 당직 사관에게 해야 합니다. 기타 이용시설도 자제하라는 명도 받았습니다. 사람 많은 곳은 최대한 안 가고 조심하며 휴가를 보내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지난 8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것에 발맞춰 약 석 달 만에 휴가를 나온 일병 A씨(23)는 휴가 내내 휴대전화만 보며 인터넷 기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군인 가운데 잇따라 나오며 다음 휴가는 또 통제될 수 있단 불안감 때문이다. A씨는 10일 “안에 있는 전우들은 걱정이 큰 듯싶다”며 “12월부터 밖에 못 나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외출이나 휴가가 다시 통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한다. 먼저 나와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장병 외출과 휴가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지난 2월 22일 통제를 시작한 지 76일 만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국방부 직할부대인 사이버작전사령부(사이버사) 소속 부사관 A하사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군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군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A하사와 접촉한 장병 2명이 확진자로 판명 나는 등 2차 감염이 현실화한 데다 추가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군 장병의 외출·휴가 등이 다시 통제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슨 죄 지었길래” 한탄 쏟아지는 군대 페이스북

[사진 페이스북 '군대 대나무숲' 캡처]

[사진 페이스북 '군대 대나무숲' 캡처]

10일 군대 관련 제보가 올라오는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 대나무숲’에는 관련 글이 속출했다. 다시 통제될지 모르는 외출·휴가에 대한 걱정이 담긴 내용이 대다수였다.
장병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예전에는 힘들었다면 지금은 미칠 것 같다”며 “저희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겪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100일 만에 첫 외출을 나갔다가 이날 조기복귀를 했다는 또 다른 네티즌은 “힘없는 병사들이 아무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사회의 결과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썼다. 그는 “크나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집 가서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고생한다는 위로를 듣고 싶을 뿐이다. 도와달라”고도 했다.

이미 외출이나 휴가가 제한됐다는 군부대의 제보도 올라왔다. 이 글엔 “휴가 또 잘리겠네” “미치겠다” “우리 다음 주에도 못 보겠다” “또 제한 걸리면 정신병 걸릴 것 같다” 등과 같은 댓글이 계속 달렸다.

"군인 생각한다면 클럽 가지 말라" 

군 장병을 생각해 클럽 방문을 자제하라는 글도 페이스북 곳곳에서 잇따랐다.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제발 좀 클럽 그만 좀 가라. 군대에서 휴가 기다리는 사람들하고 거리두기 한다고 안 놀고 안 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는 글이 올라왔다. “군인이나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클럽 가지 말라. 클럽 사태로 인해 휴가 통제가 다시 된다면 진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인 게 이제 터져서 어디서든 간에 잦은 사고라도 하나 나올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국방부 내 확진자를 알린 국방부 페이스북 페이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기엔 “병사 휴가 막지 말고 간부 관리나 잘하라” “185일째 휴가 잘린 장병인데 제발 내보내달라” “간부가 잘못한 일로 병사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국방부는 군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나오면서 부대 복귀자 방역지침도 강화했다.
휴가 중 다중밀집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부대 복귀 3일 전부터 발열 등 특이사항 발생 시 소속 부대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장병 휴가나 외출을 제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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