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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 "우리도 '공영방송' 수신료 등 지원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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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전경. [뉴스1]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전경. [뉴스1]

박성제 MBC 사장이 MBC를 방송법상 ‘공영방송’으로 명문화해 수신료 등 공적재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공영’ 체제로 운영되는 MBC의 공적 책무 이행을 약속하긴 했지만 경영난 타개를 위해 KBS‧EBS처럼 수신료를 배분해달라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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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웹 콜로키움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성제 사장은 “공직선거법·정당법 등 일부 법률에선 MBC가 공영방송으로 분류되지만, 공적재원 관련 정책에서는 민영방송의 범주에 포함되는 모순 탓에 MBC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등 공적재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광고 결합판매제도의 불균형도 있어 이중적 차별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결합판매제도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KBS와 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면서 종교 방송 등 군소방송사의 광고를 결합‧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지상파이면서 민영방송인 SBS나 종합편성 채널은 결합 판매 없이 모두 자체 미디어랩을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박 사장은 “방송법 개정 또는 공영방송에 관한 별도의 법을 제정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정의와 범주, 공적책무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신료는 특정 방송사에만 주는 기금이 아니라 공영방송 전체 사업의 경비 충당을 위한 것인 만큼, MBC가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오후 열린 한국방송학회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웹 콜로키움 토론 장면.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성제 MBC 사장이다. [사진 한국방송학회]

7일 오후 열린 한국방송학회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웹 콜로키움 토론 장면.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성제 MBC 사장이다. [사진 한국방송학회]

박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MBC의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C는 지난해 965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영업적자도 240억 원대로 추정된다. MBC는 주식회사이자 광고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상업방송이면서,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박 사장은 “(MBC 상황이) 어려우니 무조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라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MBC 스스로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노사 협의를 통해 '고통 분담'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청자가 부여하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선 MBC 재원구조 개선을 위해 공영방송을 법제화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PD저널은 전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입법 과정에서 (MBC가) 공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가 정치적으로 오해되거나 악용되고, 정쟁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신료 제도 변화나 수신료 인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광고, 협찬 등 다른 상업활동에서 제약 요건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하는 것이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수신료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다. 그것이 합리적이면 좋은데, 권력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가면 '통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법제화 문제를 방송법의 테두리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총체적 시각에서 미디어 생태계를 재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중장기 방송제도 개편을 위한 방송제도개선추진반에서 MBC를 공영과 민영의 중간지대인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분류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KBS공영노조는 8일 성명서를 통해 “박성제 사장의 발언은 방통위에서 추진하는 중장기 제도 개선 방향과 맥이 닿아 있고, 21대 국회에 MBC 출신이 무더기로 진출하면서 언제든 MBC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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