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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긴급사태선언 안끝났는데...슬슬 휴업 푸는 지자체, 문 여는 가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전역에 내려진 긴급사태선언이 이달 31일까지로 연장됐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이 점포나 시설 등에 대한 휴업 요청을 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도쿄에서도 대형 백화점이 일부 영업을 재개하는 등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다.

골든위크 이후 거리 행인 부쩍 늘어 #한 달만에 문 열고 영업 '경계 느슨' #8개 현은 휴업요청 해제 "경제계 요청" #일 정부 "긴급사태선언 조기해제 검토"

9일 도쿄의 주요 번화가인 긴자(銀座)는 지난 장기연휴인 ‘골든위크’에 비해 부쩍 사람들이 늘었다. 관광객이 돌아온 건 아니지만, 일부 매장에는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도 있었다.

8일 도쿄의 주요 번화가인 긴자 사거리의 모습. 긴급사태선언 이후 한산했던 거리에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8일 도쿄의 주요 번화가인 긴자 사거리의 모습. 긴급사태선언 이후 한산했던 거리에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긴자에 있는 무인양품(無印良品) 매장 앞에는 마스크를 쓴 손님들 1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매장 측에선 한 번에 5명씩 입장을 제한하고 있었다. 매장 밖에는 “줄을 설 때는 되도록 간격을 유지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8일 긴자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이 매장에선 한번에 5명씩만 입장시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8일 긴자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이 매장에선 한번에 5명씩만 입장시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인근 유락쵸(有楽町)의 산세이도(三省堂) 서점도 지난 7일 영업을 재개했다. 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지 한 달 만에 문을 연 것이다. 서점 직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단축영업을 했는데, 영업 재개 첫날 손님들이 많아서 6시에 문을 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날도 점심 시간에 서점을 찾은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계산대에는 손님과 점원 간에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 커튼을 치고, 줄을 설 때도 1m씩 간격을 두도록 했다. 곳곳에 손 소독제가 놓여있었다.

8일 도쿄 유락쵸의 산세이도 서점에 손님들이 책을 보고 있다. 이 서점은 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뒤 한달 간 휴업을 하다가 지난 7일 영업을 재개했다. 윤설영 특파원.

8일 도쿄 유락쵸의 산세이도 서점에 손님들이 책을 보고 있다. 이 서점은 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뒤 한달 간 휴업을 하다가 지난 7일 영업을 재개했다. 윤설영 특파원.

8일 도쿄 유락쵸의 산세이도 서점에 책을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이 서점은 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뒤 한달 간 휴업을 하다가 지난 7일 영업을 재개했다. 윤설영 특파원.

8일 도쿄 유락쵸의 산세이도 서점에 책을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이 서점은 도쿄에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뒤 한달 간 휴업을 하다가 지난 7일 영업을 재개했다. 윤설영 특파원.

대형 백화점인 다이마루·마쓰자카야는 7일 도쿄와 오사카 등에 있는 8개 점포의 식료품 매장의 평일영업을 재개했다. 지난달 8일부터 전면 휴업한 지 한 달 만이다. 손님들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입장 전에 체온을 재는 등 감염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8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전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광역지자체) 가운데 아오모리(青森), 미야기(宮城), 시마네(島根) 등 8개 현(県)은 휴업요청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니가타(新潟), 시즈오카(静岡), 히로시마(広島) 등 18개 현은 휴업 요청은 계속하되,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휴업 요청은 긴급사태선언에 따라 각 광역지자체장이 결정 권한을 갖는다.

지난달 29일 이후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 않은 미야기(宮城)현 이시마키(石巻)시의 볼링장에선 볼링 레인의 간격을 두고, 레인 1곳 당 2명까지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생활 방역 대책’을 마련했다. 센다이(仙台)시 변화가에선 음식점의 대다수가 오후 8시 이후에도 문을 열고 영업을 계속했다.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유일하게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와테(岩手県)현은 현립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나가노(長野)시의 한 영화관은 좌석 간격을 1m 이상 떨어뜨리고, 송풍기를 돌려가며 영화 상영을 재개했다. 아키타현, 가고시마도 각각 7일, 11일부터 초·중학교가 수업을 시작했다.

장기연휴인 '골든위크'가 끝난 지난 7일 마스크를 쓴 채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기연휴인 '골든위크'가 끝난 지난 7일 마스크를 쓴 채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코로나19 이전의 일상행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은 한 달간 계속된 긴급사태선언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확진자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됐는데, 전국이 일률적으로 긴급사태선언 대상이 되면서 “경제가 다 죽는다”는 불만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실제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휴업요청을 해제한 배경으로 “경제계의 요청이 있었다”(미야기현), “사회경제활동 제약을 최소한하기 위해”(고치현) 등 경제적 이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재생상이 지난 1일 열린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문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재생상이 지난 1일 열린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문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긴급사태선언을 조기에 해제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 장관은 “지역에 따라선 (확진자가 안 나오는) 상황이 계속되면 긴급사태선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시야에 넣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가능한 빨리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도쿄 등 ‘특정 경계 도도부현’에 대해서도 “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해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6일 현재 34개 현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0명으로, 17개 현에선 1주일 연속으로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8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만6288명(크루즈선 포함), 사망자는 603명이다. 도쿄에서는 전날 신규 확진자가 23명이 확인되는 등 닷새 연속 두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골든위크’ 기간 동안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크게 줄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달 7~30일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하루 평균 7451건이었지만, 골든위크에 해당하는 이달 1~5일에는 하루 평균 2315건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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