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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이타적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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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세계화

[출처: 셔터스톡]

[김문수’s Token Biz]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세계화가 멈추고 반(反)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각 국가들은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앞다퉈 실행 중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강력한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스스로 세계를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과 기업의 공급망이 그 어느 때보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이러스도 사람을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세계화를 멈추고 반세계화를 추구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요? 각 국가들이 보호주의의 장벽을 높이면 앞으로 지구는 평화로워질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재 반세계화를 주로 외치는 국가들은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가장 이익을 보던 서방 국가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화, 반세계화의 논쟁에 앞서 사람의 본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연구자들의 업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의 제목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생각할 때 이기적인 단어가 강하게 떠오르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사람의 이타성을 매우 깊이 고민해 왔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의 결론은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유전자들이 모인 개체 단위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을 보인다’ 입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하나의 집단 내부에서는 이기적인 개체가 이타적인 개체를 이기지만, 집단끼리의 비교에서는 이타적인 집단이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고 했습니다. 즉, 하나의 무인도에 이기적인 사람 한 명과 이타적인 사람 한 명이 남아 있으면 이기적인 사람이 생존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섬에 이기적인 집단과 이타적인 집단이 고립돼 있으면 이타적인 집단이 살아남을 확률이 큽니다. 윌리엄 해밀턴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그로 인해 자손과 가족들이 받는 혜택이 크다면 사람은 기꺼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 행위를 택한다’는 포괄적합도 이론을 제안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획일화된 기준으로 세계화의 추세를 전망하기보다 세계화의 유형을 이기적 세계화와 이타적 세계화로 나누어 구조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진행돼 온 대부분의 세계화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 중심의 이기적 세계화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세계화는 승자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더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자본은 계속 확장했고, 기업은 막대하게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갖가지 묘수를 짜내며 다국적 지배구조를 키워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은 세계의 운전사 역할을 내려놨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신뢰를 잃어버렸으며, G7ㆍG20 등과 같은 선진국들의 정상회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옆 나라 일본이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끝까지 매달렸던 것은 스포츠를 통해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관점이 아니라 올림픽을 통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해 보려는 이기적 관점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이기적 대응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타적 대응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침착하게 국가의 통제를 존중하며 질병관리본부를 응원했고, 사재기를 하기는커녕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뛰어 들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한국의 세밀한 확진자 동선 공개에 대해 개인 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문제를 짚었지만, 확진자의 동선은 투명하게 공개하되 확진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했습니다. 병원의 병실이 모자라자 대기업들은 대형 연수원을 개방하며 격리자들을 받아들인 것도 이타적인 행동이었고, 한국에서 태어나 전 세계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들에게 정부가 마스크를 보낸 것도 민족적 이기주의가 아니라, 지켜주지 못한 마음을 깊이 사과하는 자성의 이타주의였습니다.

돌아보면 한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많이 받은 국가입니다. 세계화의 물결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과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의 성공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누려온 한국은 이제 이타적 세계화와 리더십을 통해 세계에 공헌할 차례입니다. 유전자의 본질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 유전자들이 모인 개체는 이타적일 수 있고, 한 사람은 이기적일 수 있어도 선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은 결국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철학을 국가 전략과 실행으로 보여주면 앞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전 세계의 패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많은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히 실력을 기르기를 당부하는 ‘도광양회’를 유언으로 남겼지만, 중국은 ‘대륙굴기’를 택했습니다. 한국은 특유의 역동성과 평화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타적인 리더십과 국가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이 전 세계를 이끌지 않으면 중국이 한국을 이끌고자 할 것입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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