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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스펙 돕자 조국도 날 도와줘" 단국대 교수 아들 털어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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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선 당시 조 전 장관의 발언과 다른 사실들이 공개됐다.[뉴스1]

지난해 9월 2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선 당시 조 전 장관의 발언과 다른 사실들이 공개됐다.[뉴스1]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9)씨의 한영외고 동기가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서울대 법대 인턴 의혹과 관련해 "관여한 적이 없다""나는 (장영표 교수의) 아이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물증도 드러났다.

청문회서 "인턴 관여한적 없다" 조국 주장과 배치 #조국 "서울대 심포지엄 인턴 조치할 것" 이메일 공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부장판사)에서 열린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 조민을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조씨와 한영외고에서 3년간 같은 유학반이었다.

"스펙 품앗이 맞습니다"  

검찰은 이날 장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밝힌 민감한 진술들을 잇달아 공개했다. 해당 진술에 따르면 장씨는 서울대 허위 인턴의혹과 관련해 "아버지가 조민의 스펙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조국 교수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스펙 품앗이란 말인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그런 말입니다"라고 답했다.

지난달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정 교수 딸의 인턴활동을 지도했던 단국대 의과대 장영표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정 교수 딸의 인턴활동을 지도했던 단국대 의과대 장영표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 시절 장씨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 센터 세미나와 관련해 장소와 일시가 적힌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청문회와 국회 기자회견 등에서 "(인턴 의혹에) 제가 관여한 바가 없다""(장영표 교수의) 아이 이름과 얼굴도 모른다""아이들이 서울대 공익법센터 행정실에 연결해 인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조 전 장관의 발언과 배치된다.

조국 청문회 발언 그대로 읽은 검사 

검사는 당시 조 전 장관의 발언들을 천천히 읽은 뒤 장씨에게 "그런 적 없다는 것이죠"라고 확인하듯 물어 "네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장씨와 조씨는 모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조 전 장관이 좌장을 맡았던 해당 세미나 참석을 '2주 인턴십'이라 기재했다.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짧은 세미나를 한번 가고 인턴십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스펙을 허위로 만들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조씨가 2009년 당시 장영표 교수에게 "아빠에게 00이(장씨 이름) 인턴십 증명서를 받아 학교에 직접 제출했다"고 보낸 이메일도 공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장씨에게 "겨울방학이 돼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조민과) 동아리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내년 상반기 국제심포지엄에서 두 사람(조민, 장 교수 아들)인턴십 활동을 조치할 것"등 자녀 입시에 적극 관여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도 제시했다. 이런 진술과 물증들은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발언들과 배치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위증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현재 인사청문회법에는 증인이 아닌 공직 후보자의 위증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떻게 이럴 수 있나, 완전 거짓이다"

이날 재판에선 조씨가 장씨와 함께 2주간 인턴십을 했다고 주장한 서울대 법대 세미나에 실제 참석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정 교수 측은 지난해 10월 조씨가 서울대 학술대회에 참석한 증거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바 있다. 정 교수 측은 흐릿한 영상에 나온 한 여학생이 조민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고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 교수의 아들과 조씨의 또다른 친구인 박모씨는 모두 "당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이 없다""조민이 참석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완전 거짓입니다"라고 조씨에 대해 황당하다는 듯 말했던 사실도 공개됐다. 정 교수 변호인은 이런 주장에 대해 장씨의 기억이 분명치 않고, 당시 세미나 영상엔 장씨도 보이지 않는다며 장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란 것이다. 실제 장씨는 검사와 변호인의 다른 질문에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복해 말하기도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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