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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전통주...'홈술' 스타가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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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전통주 중에 인기가 많은 스파클링 막걸리. 샴페인처럼 기포가 올라오는 비주얼 때문에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 왼쪽부터 복순도가, 빙탄복. 사진 대동여주도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전통주 중에 인기가 많은 스파클링 막걸리. 샴페인처럼 기포가 올라오는 비주얼 때문에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 왼쪽부터 복순도가, 빙탄복. 사진 대동여주도

코로나19로 지난 3월 22일부터 두 차례의 강화, 한 차례의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약 45일간의 집콕 생활이 이어졌다. 모임·회식은 자제하고 집에 일찍 들어와야 했던 사람들은 술집 대신 집에서 ‘혼술’ 또는 ‘홈술(집술)’을 즐기게 됐다. 이에 각종 주류 상품들의 판매율이 많이 증가했는데, 특히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전통주의 경우 호기심 많고 새로운 변화를 즐기는 2030세대 덕분에 ‘홈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비대면 쇼핑을 해야만 했던 구매자들이 각종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서 전통주 또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것. 2017년 7월 국세청은 ‘주류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11번가, 네이버, 카카오커머스 같은 일반 상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세한 전통주 제조자 보호와 육성을 위해 최소한의 판로가 확보돼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통주에 한해서만 판매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간략히 정리하면 식품명인이나 지정문화재에 의한 전통주, 지역농산물로 빚은 지역 특산주(한국와인 포함)를 전통주로 규정하고, 이들 술은 온라인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순당, 화요 등은 주세법상 전통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맥주·소주·위스키·와인 역시 온라인 통신 판매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이를 잘 몰랐던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쇼핑에 집중하면서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이 기회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게 됐다.
실제로 11번가의 경우 1월 1일~4월 28일 전통주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그 중 전년 동기 대비 324%나 증가한 막걸리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11번가 가공식품팀 김재인 MD는 “최근 온라인 몰에서 전통주 소비를 이끌어가는 건 막걸리로 거래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며 “전통주 카테고리 내 막걸리의 비중도 44% 가량으로 가장 높다”고 했다. 11번가의 전통주 카테고리 비중은 막걸리(44%), 소주(26%), 약·청주(18%), 과실주(12%) 순이다.
카카오 커머스도 1월 1일~3월 31일까지 전통주 거래액 통계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신장했다. 네이버 푸드윈도 또한 지난해 대비 1월엔 약 20% 성장했고, 코로나 이슈로 뜨거웠던 2~3월은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약 200% 성장했다.

비대면 쇼핑으로 모처럼 날개 단 전통주 #앞으로도 ‘홈술’ '혼술'로 좋은 이유는

주요 소비자와 구매 목적에선 약간의 차이가 있다. 11번가는 선물보다는 직접 소비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2030세대 남녀 고객이 많았다. 네이버 푸드윈도 역시 선물보다는 일상에서 직접 소비하는 층이 대부분으로 3040 여성이 주 고객이다.
카카오 커머스는 남녀 통틀어 25세~29세 연령층에서 전통주 구매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다음으로 20세~24세가 높았다. ‘선물하기’가 콘셉트인 마켓의 특성상 여성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비중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대표적인 전통주 마켓인 11번가와 네이버, 카카오 커머스의 전통주 구매 순위다.

11번가 전통주 판매 베스트 10(2020년 1월 1일 ~ 4월 28일)

1 복순도가 막걸리
2 문배술
3 이화백주
4 우희열 명인 한산소곡주
5 배상면주가 오매락
6 안동소주 일품 담금주
7 배상면주가 고창LB 빙탄복
8 안동소주
9 미생 생막걸리
10 조옥화 명인 민속주 안동소주

네이버 전통주 판매 베스트 10(2020년 1월 1일~3월 31일) 

1 고창 선운산 복분자주
2 고창 명산 복분자주
3 복순도가
4 배상면주가 빙탄복 스파클링
5 우희열 명인 한산소곡주
6 이화백주
7 김희숙 명인 오메기 맑은술
8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생막걸리
9 금정산성 막걸리
10 솔송주

카카오 커머스 전통주 판매 베스트 10(2020년 1월 1일~3월 31일)

1 내장산 복분자주 선물세트
2 와우라
3 꽃과 와인 선물세트(선물하기 단독 상품)
4 안동소주 부부탈
5 소곡주 천상문
6 전주 이강주
7 이화백주
8 오디와인 선물세트
9 야관문주 에주 전통주 어우야
10 그랑꼬또 로제와인

예부터 명주로 꼽혔던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좋은 술로 검증돼온 술이기 때문에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선택이 쉽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안동소주 하회탈 도자기 패키지, 한산소곡주 도자기 패키지. 사진 대동여주도

예부터 명주로 꼽혔던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좋은 술로 검증돼온 술이기 때문에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선택이 쉽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안동소주 하회탈 도자기 패키지, 한산소곡주 도자기 패키지. 사진 대동여주도

세 마켓의 공통점은 예부터 유명했던 명주·명인주 또는 청와대 만찬주 등으로 품질이 검증된 술, ‘복순도가’ ‘빙탄복’ 같은 스파클링 막걸리가 골고루 포진했다는 점이다.
전통주 전문가인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는 “처음 사보는 전통주를 고를 때 그래도 한 번쯤 들어본 명주이거나 청와대 만찬주 등으로 이미 품질이 검증된 술을 고르는 게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게 소비자 심리”라며 “특히 명인주들은 오래전부터 도자기 패키지도 출시돼 있어 전통주를 마신다는 기분이 훨씬 강하게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스파클링 막걸리는 요즘 전통주점에서도 대세인데 서양의 샴페인처럼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모습이 비주얼적인 감동을 줘서 젊은층이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비주얼이 예쁘고 달콤한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왼쪽부터 식용 펄이 들어간 와우라, 카카오 커머스가 꽃과 함께 기획상품으로 판매하는 한국와인. 사진 대동여주도, 카카오 커머스

밀레니얼 세대는 비주얼이 예쁘고 달콤한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왼쪽부터 식용 펄이 들어간 와우라, 카카오 커머스가 꽃과 함께 기획상품으로 판매하는 한국와인. 사진 대동여주도, 카카오 커머스

반면, 카카오 커머스에는 달콤한 종류의 한국 와인들이 순위에 대거 포진했다. 카카오 커머스 식품셸 담당인 윤형선씨는 “마켓 특성 상 ‘와우라’ 같이 비주얼이 예뻐서 선물하기 좋은 상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한국 와인의 경우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저렴한 가격에 꽃이나 잔 등을 기획 상품으로 묶어 선물 꾸러미를 만든 게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지민 대표는 “카카오 커머스 순위에서 ‘와우라’ ‘야관문주’ 같은 술들이 인기가 많은 것은 비주얼을 중시하고 달콤한 저도주와 독특한 술에 호기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반짝이는 식용 펄이 함유돼 있는 와우라는 ‘우주술’이라는 별명이 있다. 야관문주는 여러 차례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의 힘을 북돋워준다고 소개돼 유명해진 술이다.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 때문에 한국와인들도 온라인 판매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그랑꼬또 로제와인, 뱅 꼬레 오디와인. 사진 대동여주도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 때문에 한국와인들도 온라인 판매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그랑꼬또 로제와인, 뱅 꼬레 오디와인. 사진 대동여주도

코로나19로 전국의 전통주 양조장들은 1일 체험 방문객이 현저히 줄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행 인구가 줄면서 매출 또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랄까. 다행히 '집콕' 족들의 구매로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전체 매출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은 분위기다.
모처럼 말개를 단 전통주, 앞으로도 ‘홈술’로 좋은 이유는 뭘까. 일단 처음 전통주를 접하는 사람들은 무슨 술이 있는지, 어떤 맛인지 정보가 없으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그런데 대형 온라인 오픈 마켓에는 술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어서 어느 정도 자신의 기호에 맞춰 선택하기가 쉽다.
이지민 대표는 “우리술의 특징은 막걸리, 약청주, 소주, 한국 와인 등 종류가 많고 사용된 재료와 지역별 특성도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며 “일단 한 번 맛을 알게 되면 호기심과 재미로 ‘도장깨기’ 하듯 무한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검증된 명인주는 물론이고 새로 만들어진 술까지 나름의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어버이날 부모님과 함께, 또는 매일 매일의 ‘어른이날’을 위한 혼술·홈술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해 전통주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맛보는 건 어떨까.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대동여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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