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新)산업전략을 제시했다. K-방역, K-바이오 등을 글로벌 상품으로 만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가 컸던 주력 사업은 신산업으로 재편한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다 앞으로 감염병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K바이오로 '신한류'…산업 지능화 추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 및 산업·위기 대응반' 첫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5대 분야에서 추진할 8대 대응과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 SSG닷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주요 기업과 대한상의, 한국항공협회 등 경제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 이후 큰 변화가 예상되는 5대 분야는 보건·환경, 경제활동, 기업경영, 사회가치, 교역환경을 꼽았다. 이 가운데 보건·환경 분야에서 K-방역과 K-바이오를 '신한류'로 육성한다.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토대로 글로벌 백신 생산 중심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백신 위탁생산시설인 미생물실증지원센터와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성 장관은 "진단키트 워크스루, 접촉차 추적조사 등 성과가 입증된 K-방역 시스템의 세계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이 다시 발생해도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산업 현장 복원력도 높이기로 했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작업하는 방식으로 산업 현장을 설계하고,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등 산업 지능화를 통해 감염병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GVC·기업의 제품·서비스 생산이 여러 국가에 걸쳐 일어나는 것) 변화와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비대면 산업 육성…에너지 전환도 가속
5G 등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비(非)대면 산업의 선점에도 나선다. 온라인 유통, 에듀테크, 스마트 헬스케어 등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저(低)유가 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 등 에너지 전환도 가속한다. 철강 산업은 수소환원 제철, 석유화학은 고부가 화학 소재, 정유산업은 바이오 연료 등 새로운 에너지 기반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 역시 수소 연료전지 핵심 부품 제조와 고부가 강판 등으로 과감하게 재편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주력 수출품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우, 중견 파운드리 기업(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이 신규 생산라인 일부를 중소 팹리스 기업(파운드리 기업이 제조하는 반도체의 설계 전문 회사)에 개방해 월 3만장 규모 웨이퍼 생산라인 중 1만장 이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글로벌 교역에서의 한국의 리더십도 강조했다. 무역 장벽이 부활하는 등 경제가 '지역 블록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역 모범국 위상을 활용해 추가적인 장벽 설정을 중단하는 등 양자 및 다자협의체를 통해 보호무역을 타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각 분야 정책·전략을 시리즈로 준비 중"이라며 "종합 전략인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가칭)'을 하반기 중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장관은 "세계적 소비시장인 미국의 실업률은 2026년에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전망도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뉴노멀'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