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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던, 노스캐롤라이나… 1경기 만에 미국 야구팬 사로잡은 케이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삼성-NC전 중계 도중 모창민의 배트플립에 환호하는 ESPN 중계진. [ESPN 캡처]

5일 삼성-NC전 중계 도중 모창민의 배트플립에 환호하는 ESPN 중계진. [ESPN 캡처]

케이팝, 케이무비, 케이푸드, 케이뷰티…, 다음은 케이볼(K-ball·한국프로야구)이다. 미국 야구 팬들이 KBO리그에 열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메이저리그가 비운 자리를 한국프로야구가 파고들었다.

미국 커뮤니티사이트 레딧과 트위터 등 SNS에선 한국 야구와 관련된 글과 동영상들이 폭증했다. ESPN 홈페이지엔 'KBO LEAGUE'란 항목이 생겼다. 5일(한국시간) 개막한 KBO리그를 중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SPN은 향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포스트시즌까지 방송하기로 했다.

KBO의 대행사인 에이클라와 중계권 계약믈 맺은 ESPN은 매일 1경기를 생중계한다. 미국 시간으로는 새벽시간이기 때문에 보기 힘든 시청자를 위한 재방송도 1회 이상 한다.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미국의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지 않는 빈틈을 KBO리그가 파고들었다.

ESPN이 2016년 한국의 배트플립을 소개한 기사. 선수들의 동작까지 묘사했다. [ESPN 홈페이지 캡처]

ESPN이 2016년 한국의 배트플립을 소개한 기사. 선수들의 동작까지 묘사했다. [ESPN 홈페이지 캡처]

미국 팬들이 집중하는 건 경기력 자체보다는 색다른 한국 야구 문화 쪽이다. 대표적인 게 배트플립(bat flip)이다. 한국에선 보통 '빠던(빠따 던지기,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라고 부르는 동작이다. 미국에선 투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배트플립을 하지 않는다. 과거 호세 바티스타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배트 플립을 한 뒤 양팀 선수간의 감정싸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빠던이 보편적이다. 선수마다 조금씩 방법도 다르다. 과거 롯데 전준우가 홈런인 줄 알고 '빠던'을 했으나 담장 앞에서 잡힌 장면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재균, 강정호 등은 미국에 진출한 뒤 배트플립을 하지 않기도 했다. ESPN은 몇 년 전 한국의 배트플립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레딧에 생성된 NC 다이노스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 [레딧 캡처]

레딧에 생성된 NC 다이노스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 [레딧 캡처]

ESPN은 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중계했다. 이날 경기에선 NC가 홈런 3개를 터트렸다. 나성범과 박석민이 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지 않자 현지 중계진은 다소 실망스러워했다. 그러나 모창민이 홈런을 터트린 뒤 배트를 뒤로 뿌리자 '2020시즌 KBO리그 첫 배트 플립'이라며 환호했다. NC에서 활약한 뒤 MLB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와 화상 연결을 통해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했다.

미국 팬들은 서로 응원팀을 만들며 즐기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팀은 NC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약자인 NC와 같다는 이유로 NC를 응원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노스캐롤라이나주엔 MLB 연고 팀이 없다. 대신 마이너리그 AAA엔 더럼을 연고지로 한 불스(탬파베이 산하)가 있다. 불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트위터 미국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른 한국 야구 관련 검색어들 [사진 트위터]

트위터 미국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른 한국 야구 관련 검색어들 [사진 트위터]

삼성과 LG 가전 제품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 MLB 응원팀 출신 선수들이 있는 구단을 응원하는 사례도 많다. 샌디에이고 팬들이 과거 샌디에이고에서 뛴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한 KT 위즈를 응원하는 식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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