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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는 19세, 끝판왕 귀환, 파격 거인…오래 기다려 더 뜨겁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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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25면

2020 프로야구 5일 개막

늦은 만큼 반갑다. 프로야구가 5월 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대장정을 이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규시즌 일정이 한 달 이상 미뤄졌지만 KBO리그는 지난해와 똑같은 팀당 144경기 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시즌을 뜨겁게 달굴 10개 구단 10명의 인물을 통해 2020 프로야구를 내다본다.

‘야구의 세계’ 달굴 10인 열전 #수퍼 루키 소형준 스타 예감 #41세 박용택 “우승택으로 은퇴” #김재환·나성범·김하성 거포 대결 #징계 풀린 이용규, 명예회복 별러 #MLB 출신 감독 맞은 KIA도 주목

#설레는 처음과 끝 … 소형준과 박용택

KT 소형준, LG 박용택, 두산 김재환, NC 나성범,키움 김하성(왼쪽부터)

KT 소형준, LG 박용택, 두산 김재환, NC 나성범,키움 김하성(왼쪽부터)

올 시즌 신인왕 후보 1순위는 KT 오른손 투수 소형준(19)이다. 1m89㎝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일품이다.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해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등장은 2006년 한화 신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떠올리게 한다. 투수 전문가인 이강철 KT 감독은 “정말 기대되는 선수”라며 소형준을 5선발로 낙점했다. KBO리그에서 데뷔 시즌 10승 이상을 올린 신인 투수는 류현진 이후 13년 동안 한 명도 없었다.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2439개) 기록자 LG 박용택(41)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한다. 그의 등번호(33번)는 영구결번으로 남을 게 확실하다. 박용택의 커리어에서 없는 것 하나가 우승이다. 박용택은 2002년 신인 때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박용택은 “한국시리즈에 가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내 별명이 많은데 ‘우승택’으로 불리며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MLB를 향하는 세 남자

두산 4번타자 김재환(32)은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위해 포스팅(입찰)을 신청했다. 하지만 어떤 구단도 응찰하지 않았다. 그가 MLB 진출 자격을 얻은 사실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다.

2018년 홈런왕(44개) 김재환은 지난해 15홈런에 그쳤다. 반발력이 낮아진 공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런이 줄자 조바심이 생겼고, 스윙 밸런스가 무너졌다. 타율도 0.334에서 0.285로 떨어졌다. 김재환은 올 시즌을 통해 다시 평가받겠다는 의지다.

NC 나성범(31)은 2018년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계약, MLB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여러 팀이 나성범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KIA전에서 오른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꿈을 이루기 직전에 그는 시즌을 허망하게 마쳤다. MLB 진출이 1년 미뤄졌지만 나성범은 실망하지 않았다. 재활훈련에 매진한 끝에 개막전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동욱 NC 감독은 “당분간 외야 수비를 맡기지 않고, 타격에 집중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키움 김하성(25)도 MLB행을 꿈꾼다. 김재환·나성범보다  파워가 떨어지지만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내야수라는 강점이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MLB에서 가장 장래성이 큰 KBO리그 선수는 김하성’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은  강정호·박병호를 MLB로 보내며 이적료 수익을 얻은 바 있다. 김하성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도울 전망이다. 아직 젊은 김하성은 1년 더 키움에서 뛰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2021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팀을 고를 수 있다.

#바다 건너 온 윌리엄스·킹엄·성민규

KIA 맷 윌리엄스 감독, SK 닉 킹엄, 롯데 성민규 단장, 삼성 오승환, 한화 이용규(왼쪽부터).

KIA 맷 윌리엄스 감독, SK 닉 킹엄, 롯데 성민규 단장, 삼성 오승환, 한화 이용규(왼쪽부터).

지난해 5월 김기태 감독이 사퇴한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파격적으로 MLB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출신 맷 윌리엄스(55·미국)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1994년 MLB 홈런왕(43개)에 오른 강타자였다. 선수 시절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워싱턴 감독 때도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되면 심판과 크게 충돌했다.

KIA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는 “KIA와 계약을 결심한 데에는 윌리엄스 감독의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의 임무는 KIA를 젊고 활기찬 팀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수단 분위기는 아주 좋다.

전력 손실이 가장 큰 팀은 지난해 3위 SK다. 지난해 34승을 합작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일본 요미우리)가 떠났다. SK가 기대하는 투수는 닉 킹엄(29·미국)이다. 킹엄은 2018년부터 2년 동안 MLB에서 9승 9패, 평균자책점 6.08을 기록했다. 큰 키(1m96㎝)에서 뿜어내는 강속구가 위력적이다.

지난겨울 여러 구단이 킹엄 영입에 나섰지만 최종 승자는 SK였다. 킹엄을 개막전 선발로 이미 낙점한 염경엽 SK 감독은 “구속만 조금 더 올라오면 공략하기 아주 까다로운 투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하위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이었다. 성민규(38) 신임 단장의 파격적인 행보 때문이다. 성 단장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시카고 컵스 직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모든 결정에서 과정을 강조해 ‘프로세스 성’이란 별명을 얻었다.

성 단장은 약점이었던 포수 강화를 위해 지성준을 트레이드 해왔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 메이저리거로 유명했던 행크 콩거를 배터리 코치로 데려왔다. 내야 보강도 성공적이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KIA 2루수 안치홍을 낚아챘다. 유격수에는 수비형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다.

#내가 돌아왔다, 오승환·이용규

4년 연속 통합 우승(2011~14년)에 빛났던 삼성은 지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삼성은 대반격을 다짐한다. 한·미·일 통산 399세이브를 올린 ‘끝판왕’ 오승환(38)의 복귀로 불펜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6년 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8월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왔다. 원정 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오승환은 올해 삼성이 30경기를 치른 이후 실전에 나설 수 있다. 오승환은 “대구·경북 지역이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야구를 통해 팬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화 외야수 이용규(35)는 지난 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한화와 FA 계약을 맺자마자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내려보냈다. 이용규는 수차례 구단과 선수단에 사과한 끝에 지난해 말 징계에서 해제됐다.

한화 선수들은 이용규를 올 시즌 새 주장으로 뽑았다. 이용규는 “지난해 (징계를 받는 동안에도) 하루도 쉬지 않았다. 훈련 루틴을 유지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올해 한화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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