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에게 받았다는 인턴증명서…조민 친구 "인턴십은 무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열린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딸 조민 논문 제1저자 의혹의 핵심 증인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증인신문에서 불쑥 조 전 장관이 거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부장판사)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의 한 장면을 발췌했다.

장영표 "사회적 문제 일으킨건 사실, 조민 훌륭한 의사 되길"

장영표 교수 증인신문 中

검찰(이하 검)= 조민이 이메일로 인턴십 증명서를 요청하며 (장영표 교수 아들의) 인턴십 증명서는 아빠, 즉 조국 교수님께 받아서 제출했다고 돼있는데 맞나요?
장영표 교수(이하 장)=네
검=아드님이 서울대 법대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를 조국 교수님으로부터 받아서 조민이 학교(한영외고)에 직접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장=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당시 전혀 몰랐습니다. 이번 일 터진 다음에 어떻게 된거냐고 아들한테 물어봤습니다. 아들은 제게 화내면서 인턴십은 무슨 인턴십, 세미나가 있어 3~4시간 왔다 갔다한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조민과 장 교수 아들은 한영외고 친구

신문 내용엔 장 교수 아들 장모씨의 서울대 법대 인턴증명서를 조 장관이 발급해줬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그런데 장 교수의 아들은 이 인턴십이 허위라는 취지의 말을 아빠에게 한다. 장 교수 아들 인턴십에 조 전 장관 이름이 언급된 물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열리는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정 교수 딸의 인턴활동을 지도했던 단국대 의과대 장영표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열리는 2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정 교수 딸의 인턴활동을 지도했던 단국대 의과대 장영표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교수 아들과 조민은 한영외고에서 3년간 같은 유학반이었던 친구 사이다. 검찰은 장 교수가 조민을 논문 제1저자로 올려주고, 조 전 장관으로부터 아들의 서울대 국제학술대회 인턴십 증명서를 받았다고 본다. 허위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대 법대 학술대회의 좌장은 조 전 장관이었다. 재판 내용을 조금 더 들어보자

장영표 교수 증인신문 中

검=아드님 학교생활기록부에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국제학술회의 인턴 활동을 했다고 기재돼있네요.
장=네 맞습니다.
검=근데 조금 전 말씀하셨듯이 아드님은 세미나 참석이 전부다, 생기부 기재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것이죠?
장=네, 이번에요.
검=정경심 교수 PC에서 발견된 인턴쉽 출력본. 아드님 주민번호 기재되어 있습니다. (중략)…다음은 조국 교수님 서울대 PC에서 발견된 이메일. 정경심 교수가 조국 교수에게 발송한 것인데, 아드님의 주민번호가 기재돼있습니다. 정 교수에게 아드님 주민번호 알려준 적 없나요?
장=그런 질문 좀 그렇네요. 요즘 주민번호를 알려줘야지 알 수 있습니까

재판장 "증인이 피고인 변호인이냐" 

검사는 장 교수가 "주민번호를 꼭 알려줘야 알 수 있나요"란 답변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장 교수는 아들의 서울대 인턴증명서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펙 품앗이'를 부인한 것이다. 장 교수는 이날 증인신문 중 검찰에서 서명까지 했던 진술 조서를 부인하거나, 정 교수와 조민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재판부에 경고를 받았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란 요지였다.

주심 판사인 권성수 부장판사는 장 교수에게 "변호사 참여하에 작성된 검찰 조서를 모두 부인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도 "증인이 지금 피고인 변호인입니까. 몇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사실관계만 대답하세요"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수 유튜버를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수 유튜버를 명예훼손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장 교수는 자신의 논문 연구 작업을 수개월간 담당했던 연구원 A씨보다 조민의 논문 참여 역할이 더 크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이날 오전 법정에서 "실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했다"고 말했다. 정경심 교수의 "민이가 2주간 끈질기게 밤을 새며 데이터를 실험해 기록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에서 조민은 제1저자, A씨는 제2저자로 등록됐다. 다음은 재판부와 장 교수의 일문일답.

장영표 교수 증인신문 中

재판장(이하 재)=증인 물어볼게요. 증인 논문 완성하는 데 (연구원) A씨 역할이 커요, 조민씨 역할이 커요?
장=그게…
재=간단히 이야기하세요. 조민이 2주 한게 A씨가 한 것보다 크다는 건가요? 조민 제1저자로 썼고 A씨 제2저자. 조민 역할이 컸다고 공식인정한 건데 지금은 왜 이야기 못해요?
장=당시엔 그렇게 생각해서 제1저자로 뒀습니다.

"조민, 훌륭한 의사 되길 바라" 

장 교수는 조민을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이유가 "외국 대학 가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민에게 체험활동확인서 등을 써주며 "학교 입학하는데 도움이 되길 원했고 조금 더 과장되게 잘 써줬다"고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장 교수로부터 도움을 받은 제1저자 논문과 인턴활동 확인서 등을 고려대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9월 허위 스펙 논란이 불거지자 대학병리학회는 조민의 이름이 오른 논문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 심정을 묻는 질문에 "어쨌든 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극히 일부니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결론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조민 학생이 어떤 의사가 될지 깊이 생각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