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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이력서에 추가한 한 줄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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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정후

이정후

‘바람의 손자’ 이정후(22·키움·사진)가 보여줄 능력의 한계는 어디일까. 분명한 건 그의 다양한 능력 중에 ‘해결사’도 한 가지라는 점이다.

대타로 데뷔 이래 첫 끝내기 안타 #샌즈 떠난 중심타선, 타점 욕심도

이정후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연습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정후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뺐다”고 설명했다. 키움이 1-2로 뒤지던 9회 말, LG 마무리 고우석이 2사 이후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허용했다. 이정후가 대타로 나섰다. 고우석은 빠른 공 초구에 이어, 2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다. 직구를 노렸던 이정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정후는 투수의 유인에 넘어가지 않고 직구를 기다렸다. 4구째 빠른 공을 때려 우익수 앞 적시타를 만들었다. 키움의 3-2 역전승. 이정후의 노림수와 대처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를 만났다. 그는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이 중요한 상황에 내보낸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2구째) 직구를 노렸는데 안 맞았다. 슬라이더를 또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우석의 주 무기인 빠른 공을 예상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정후가 프로에 와서 끝내기 안타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습경기라도 그에게는 의미 있는 안타다. 올 시즌 목표가 ‘해결 능력 키우기’였다. 그는 데뷔 이래 주로 1, 2번 타순에 배치됐다. 하지만 지난해 타점왕 제리 샌즈가 팀을 떠나면서 중심 타선에도 자주 기용되고 있다. 그는 “올해 (박)병호 형, (김)하성이 형 사이에 들어가면 상대 투수가 승부를 걸어올 수 있다. 오늘 같은 기회가 자주 올 것 같다. 타점을 많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퍼스타 이종범(50)의 아들 이정후는 프로 데뷔 후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신인 최다안타 기록(179안타, 타율 0.324)을 세웠고, 아버지가 받지 못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종범 대신 1993년 신인왕을 차지한 건 양준혁이다. 이정후는 2018년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타율 0.355를 기록했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엔 타율 0.336(4위), 193안타(2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부자(父子) 국가대표 타이틀도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아버지 코치와 아들 선수가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해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준우승)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최근엔 부자가 동반출연한 야구게임 광고가 화제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름을 ‘종범아’라고 부르는 장면은)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10분 넘게 버티다가 촬영했다. TV에도 나오는 줄 몰랐다. 너무 오글거려서  요즘 TV를 잘 안 본다. 그런데 그 광고가 유튜브에도 반복해서 나와 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도 아버지가 전에 온몸에 금색을 칠하고 찍었던 (신문) 사진보다 나은 것 같다. 아버지와 재밌는 추억을 쌓은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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