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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윤리] 1.유전자 조작…날개없는 닭도 닭인가-찬성

중앙일보

입력

죽음의 고통에 짓눌리던 어린 백혈병 환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치매상태의 집안어른을 구완하느라 식구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포기했던 가정에 활기찬 삶의 역동이 솟구친다.

난치성 질병으로 생의 중간지점에서 날개를 접었던 중견 두뇌가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생명공학기술이 만개한 미래의 한 모습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이 기술로 초래될지 모를 피폐한 앞날을 지적한다.

생명공학기술은 생명현상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적용수준이나 대상에 따라서는 인간의 삶과 주변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선 그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세포의 배양이나 융합 등으로 고가의 산업물질.의약품 등을 생산할 수도 있다.

또 형질전환기술을 통해 유전형질을 바꿔 특수물질을 생산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갖도록 해준다.

복제기술은 우량품종을 대량 보급하거나, 줄기세포(stem cell) 를 분화시켜 만성 세포성 질병에 대한 치료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에도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

복제기술과 형질전환기술을 접목시키면 인간의 치료용 물질을 생산하거나 동물의 젖을 통해 기능성 물질을 분비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여러단계의 추가적 기술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간의 심장.간장 등과 같은 장기를 공급하는 동물을 생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이를 기타 생명공학기술에 연결시키면 한 개인의 생물학적 장래를 예측하기도 하며 무병장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은 몸밖에서 인위적으로 행하는 세포조작술이어서 예견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괴생명체의 등장도,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형질의 발현도 있다.

이처럼 생명공학기술은 그 쓰임새 여하에 따라서는 인간에게 축복일 수도 재앙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번 개발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이 기술의 적용대상을 엄격히 규제하고 그 이행상태를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균형잡힌 생명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이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과학자가 무장돼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인류 공동선(共同善) 을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만 이용돼야 한다.

이 기술의 결과는 그 기술의 쓰임새와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

부존자원과 자본이 여전히 빈약한 우리의 처지에서는 전통산업처럼 대규모 자본투입과 막대한 시설투자가 요구되지 않는 생명공학기술을 국가사회적 전략분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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