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일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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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선도는 ´현묘지도(玄妙之道) ´ 라고도 불린다.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은 유불선(儒.佛.仙) 을 아우르는 것이 ´현묘지도´ 라고 했다.

다시말해서 유가(儒家) 와 불가(佛家) 그리고 선가(仙家) 의 원리가 모두 ´현묘지도´ 에 내포돼 있다는 이야기다.

´현묘지도´ 의 ´현´ 은 ´검은것´ ´아득함´ ´고요함´ 을 뜻하는 것인데 ´하늘´ 또는 ´우주´ 의 신비로움을 상징한다.

´묘´ 라는 글자는 하늘과 우주의 신비로움이 ´교묘하다´ 고 해서 덧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현묘지도´ 란 ´현묘´ 의 길(道) 또는 현묘를 깨닫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현묘´ 를 아는 방법의 키워드는 이른바 ´현빈일규(玄牝一竅) ´ 이다.

´현빈일규´ 에서 ´현´ 은 곧 하늘(天) 을 뜻하고 ´빈´ 은 땅(地) 을 의미한다.

´현´ 은 양(陽) 을 상징하고 ´빈´ 은 음(陰) 을 나타낸다. ´일규´ 란 ´한구멍´ 을 말한다.

´현빈일규´ 를 한묶음으로 풀이하면 ´천지를 꿰뚫은 한구멍´ 이라는 뜻이 된다.

한데 ´천지를 꿰뚫은 한구멍´ 의 참뜻은 과연 무엇일까. 선도에서는 ´규´ 즉 ´구멍´ 이라는 글자를 수련에 의해서만 열릴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혈(穴) ´ 즉 ´구멍´ 과 엄격하게 구분한다.

따라서 ´현빈일규´ 의 ´일규´ 는 수련의 결과 얻어진 ´한구멍´ 을 뜻하는 것이다.

그 ´한구멍´ 이 천지를 관통한 것이 바로 ´현빈일규´ 인 셈이다.

말하자면 하늘기운과 땅기운이 사람몸속에서 합일 하는 ´한구멍´ 을 여는것이 ´현빈일규´ 라는 이야기다.

선도수련에선 이 ´한구멍´ 이 열리면 백규개통(百竅皆通) 즉, 모든 구멍이 뚫리는 최고의 경지에 들어선다고 가르친다.

석가, 노자, 공자도 바로 ´현빈일규´ 를 얻으므로써 대도(大道) 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들 삼성(三聖) 은 결국 ´현´ 으로 표상되는 진기(眞氣) 와 ´빈´ 으로 대표되는 진정(眞精) 의 묘합(妙合) 으로 ´한구멍´ 을 열어 인류의 스승이 된 셈이다.

´한구멍´ 은 안타깝게도 육안(肉眼) 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빈일규´ 엔 이설(異說) 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도(正道) 로 수련하면 그 ´한구멍´ 이 어느자리인지 확인할수 있다.

마치 삶은 달걀을 까보면 오목들어간 빈 공간이 있듯 분명한 ´한구멍´ 을 감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선도에선 이 ´한구멍´ 을 ´빈궁(牝宮) ´ 또는 ´빈부(牝府) ´ 라고도 한다.

´기´ 와 ´신´ 이 머무르고 교감(交感) 하여 오르내림(升降) 이 그치지 않는 곳이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규행 <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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