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비상] 모기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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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말라리아와의 전쟁´ 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환자의 급증 때문이다.

1997년 이전까지만 해도 말라리아는 일부 전방지역 군 장병에게서만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민간인은 95년 환자 1백7명 중 8명(7.4%) , 96년 3백56명 중 47명(13.2%) 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환자 수가 3천6백여명으로 증가했고 민간인 환자 비율도 42.5%(1천5백41명) 로 치솟았다.

◇ 왜 늘어나나〓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대략 두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북한 모기 대량 유입설이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말라리아 모기의 주된 혈액 공급원이었던 가축이 도축되면서 모기들의 ´먹이´ 가 급감, 모기들이 남하했다는 설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북한 보건당국과 공동 역학조사.방역.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제역 파문과 황사 문제 등 남북 공동의 환경.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핫라인´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환경파괴에 따른 말라리아 모기 토착화설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온 현상으로 모기의 생육기간이 짧아지는 반면 모기를 잡아먹는 천적인 미꾸라지와 새 등은 점차 사라지고 있어 외지에서 유입된 모기가 번성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아파트 지하실과 배수구 등 현대화한 주거환경도 모기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 예방법〓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 혈액 중 적혈구를 파괴해 발생하는 기생충 질환으로 감염자의 혈액을 흡입한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었을 때 전염된다.

종류는 크게 두가지. 아프리카 일대에서 유행하는 열대열(熱帶熱) 말라리아가 가장 증상이 심하고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에선 99년 해외여행자 중 40명에게 발생해 탤런트 김성찬씨 등 3명이 생명을 잃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열대지역의 도시가 아닌 밀림지대를 여행할 경우 대형병원 감염내과에서 출발 2주 전부터 매주 1회, 국내 도착 후에도 4주 후까지 클로로퀸 등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로는 삼일열(三日熱) 말라리아가 있다

오한과 39도 이상의 고열이 하루 걸러 3일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증상이 가볍고 약물치료도 잘 들어 생명을 잃는 일은 거의 없다. 예방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말라리아 모기는 주로 오후 10시 이후 밤에 활동하므로 ▶위험지역에서 야간 외출은 삼가는 것이 좋고▶긴팔 옷을 입으며▶모기장.방충망 등 방충시설을 설치하며▶행락객은 모기 퇴치용 스프레이를 준비해야 한다.

군복무 등 불가피하게 야간활동을 해야 한다면 말라리아 예방약을 미리 복용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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