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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김경수·송철호 재판받게 됐다···정말 하나 된 부·울·경

중앙일보

입력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이 2018년 10월 10일 오전 부산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선7기 출범 100일 기념 부울경 시도지사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이 2018년 10월 10일 오전 부산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선7기 출범 100일 기념 부울경 시도지사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울·경은 처음부터 하나입니다.”  

2018년 10월 10일 오전. 당시 부산신항 국제컨벤션센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한데 모여 이같이 말했다. “경남·부산·울산 ‘100일간의 변화’ 없었던 길을 만들다”란 주제의, 광역단체장 취임 100일 맞이 합동 토크콘서트 자리였다.

이날 세 사람의 만남은 마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연상케 했다. 이들은 “동남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경제권’으로 육성·발전시켜 대한민국 번영의 새 시대를 함께 열어나가기로 결의했다”고 했다.

이후 행보도 거침없었다. TK(대구‧경북)와 PK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김해공항 확장’으로 매듭지었던 ‘영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난처해진 與 PK 3인방

2019년 1월 16일 오전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김해 신공항 관련 '부울경 시도지사·검증단 검증결과 보고회'에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9년 1월 16일 오전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김해 신공항 관련 '부울경 시도지사·검증단 검증결과 보고회'에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나’임을 강조했던 이들은, 1년 반이 지난 지금 모두 각각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가장 형님격인 오거돈(72) 전 부산시장은 시청 직원을 강제 추행한 데 책임을 지고 23일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은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을 떠나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4일 윤리심판원을 열어 오 전 시장을 제명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는 별도다. 부산지방경찰청은 23일 “오 전 시장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 스스로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한 만큼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다.

8전 9기 끝에 당선된 송철호(71) 울산시장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시장과 국회의원 등 울산 지역 선거에서만 8번 패배했던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송 시장을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곤경에 처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이른바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검찰은 송 시장을 지난 2017년 9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겼다.

해당 의혹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으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해 모두 13명이 기소됐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황 전 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포함됐다.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공모 혐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세 사람 중 막내이자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53)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단을 내릴 경우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반면 무죄가 나오면 단숨에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냈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22일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PK 3인방, 민주당의 고민으로

2019년 4월 24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과 국회의원, 기초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 전면 재검토를 위해 조속한 국무총리실 이관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9년 4월 24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과 국회의원, 기초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 전면 재검토를 위해 조속한 국무총리실 이관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PK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두 사람이 정치적 기반을 쌓은 곳이다. 하지만 민주당에겐 여전한 높은 벽이었다. 이 벽을 세 사람이 허물었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이들은 PK의 세 곳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PK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휩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이들은 고착화된 우리나라의 지역 구도를 일거에 타파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민주당의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지경에 처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PK 등 영남 지역에선 선전했는데, 이 지역의 ‘반문’ 정서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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