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극단적 선택한 조교사 유족 “경찰 강압수사 때문”…인권위 진정

중앙일보

입력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펼쳐지는 경마. 송봉근 기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펼쳐지는 경마. 송봉근 기자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조교사 유가족이 경찰 강압 수사로 고인이 숨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교사 유족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자 심리적 압박” #부산경찰청 “통상적인 조사로 강압수사 없었다” 부인 #

 22일 조교사 A씨(45) 동료에 따르면 A씨 유족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 강압 수사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A씨 유족은 A씨가 고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자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과 동료는 A씨가 평소 마사회 간부에 명절 선물로 귤 한 박스를 준 게 전부인데 유착 관계로 의심한 경찰이 강압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A씨를 3시간가량 조사했고, 조사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없었다”며 “강압수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연락이 아직 오지 않았다”며 “통보가 온다면 절차에 따라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30분 경남 김해시 장유면 주택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다. A씨는 고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26일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조교사 개업 심사 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를 마친 부산경찰청은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귀가시켰다. A씨는 문씨보다 조교사 면허 취득은 늦었으나 2018년 마방 배정심사에 통과한 인물 중 한명이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남긴 유서에서 자신은 7년 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마방배정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지지만, 갓 면허를 딴 조교사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으로 마방배정심사에 먼저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A씨가 문씨 사건으로 죄책감에 시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부산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후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마 경기가 모두 취소되자 A씨가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지인은 “최근에 A씨가 관리하던 경주마 1마리가 죽었고, 경마 경기도 열리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들어했다”며 “평소 동료들에게 조교사 업무 스트레스 등을 호소해 왔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 출범 및 경마기수노조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 출범 및 경마기수노조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2005년 설립한 이후 기수 4명과 마필 관리사 3명, 조교사인 A씨까지 총 8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 29일 7번째로 숨진 문중원 기수는 유서를 남기며 한국마사회의 비리를 고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80여개 시민단체는 지난 8일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말 관리사를 중층적인 고용구조 아래 두고, 기수는 특수고용으로 만들어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비극적인 일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