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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돈 걱정했던 B-52…美, 방위비 협상중 괌서 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 5대가 지난 16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15년 간 이어져오던 순환배치는 이로써 종료됐다. [사진 미 공군]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 5대가 지난 16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15년 간 이어져오던 순환배치는 이로써 종료됐다. [사진 미 공군]

미군이 북한이 두려워하는 B-52 전략폭격기를 괌에서 철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ㆍ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B-52H 5대 괌 떠나 미 본토 향해 #북·중·러 견제…2004년부터 순환배치 #"해외 거점서 출격…탄력적 운용할 것" #방위비협상 때 '전략자산 전개 비용' 언급

1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발행하는 성조지에 따르면 미 공군은 괌 앤더슨 공군기지의 전략폭격기 순환 배치를 종료하고 앞으로는 미 본토 기지에서 운용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괌에 배치됐던 B-52 폭격기들이 이미 앤더슨 기지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군용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팟츠는 “B-52H 5대가 16일 노스다코타주 미놋 공군기지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군은 중국·북한·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2004년부터 괌 기지에 전략폭격기를 6개월마다 순환 배치해왔다. 실제로 미군은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 도발을 강행하면 괌에서 한반도로 각종 폭격기를 전개해 북한을 압박했다.

압박감을 느낀 북한은 초음속 폭격기인 B-1B 랜서와 B-52가 출동할 때마다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기종은 특장점이 다르다. B-1B의 경우 괌에서 한반도까지 이동하는데 2시간 정도로 매우 빠르다. 반면 B-52는 미ㆍ러 간 군축협정(START Ⅱ)에 따라 핵무기를 장착할 수 없게 된 B-1B와 달리 핵을 탑재할 수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폭격기 등이 '코끼리 걷기' 훈련을 하고 있다. 행렬 앞에서부터 다섯째까지는 전략폭격기인 B-52다. 여섯째부터 끝까지는 공중급유기 KC-135다. [사진 미 태평양공군]

지난 13일(현지시간)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폭격기 등이 '코끼리 걷기' 훈련을 하고 있다. 행렬 앞에서부터 다섯째까지는 전략폭격기인 B-52다. 여섯째부터 끝까지는 공중급유기 KC-135다. [사진 미 태평양공군]

미군 전략사령부는 이번 철수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전략폭격기를 영구히 미 본토에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해외 거점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으로 전개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국 등과 연합훈련을 극대화해 (적들이) 운영상 예측할 수 없는 집단적인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군 피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이번 조정은 오랫동안 계획된 것으로, 전염병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ㆍ일본 등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런 조치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줄곧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군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대표적인 전략자산이 괌에서 출발한 폭격기들인 만큼 이번 조치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19일 한국 국방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국방전략에 기초한 전력운용 개념 조정의 일환으로 사전에 한·미 당국이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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