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후보로 나선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는 모두 25명이다. 16일 오전 4시 기준으로 당선 확정ㆍ확실ㆍ유력 후보는 16명으로 전체의 64%다. 일찍 당선을 확정한 후보도 있었던 반면, 고민정 민주당 후보(전 대변인ㆍ서울 광진을)와 박수현 민주당 후보(전 대변인ㆍ충남 공주-부여-청양)처럼 접전을 벌인 이들도 있었다.
‘문재인의 남자’로 불렸던 윤건영 민주당 후보(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는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윤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부터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임기 막판 2007~2008년 정무기획비서관이었는데, 당시 비서관 임명장을 준 사람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실 보좌관, 2012년 대선 캠프 일정기획팀장을 맡고 2015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일 때 정무특보를 맡아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렸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윤 후보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리 3선을 했던 서울 구로을에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미래통합당은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한 김용태 의원을 저격수로 내세웠다. 정치 신인 윤 후보는 결국 3선 의원을 꺾었다. 윤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면 21대 국회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친 문재인) 그룹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병도 후보는 익산을에서 당선을 확정하면서 당선인 신분이 됐다. 한병도 당선인은 대선 캠프의 원조 격인 ‘광흥창팀’에서 일해 핵심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재인 청와대에선 정무비서관을 맡았다가,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뇌물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며 불명예 퇴진하면서 정무수석을 이어 맡았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가 되는 악재도 있었지만, 결국 익산에서 4선을 내리 했던 조배숙 민생당 후보를 꺾었다. 한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자 “문재인 정부에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우선 코로나 완전 극복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도 나주-화순에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신정훈 당선인은 20대 총선에서 손금주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7년부터 1년여 동안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직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 경선에서 1차 탈락했다. 신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에 입당한 손금주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어 승리를 차지했고, 결국 본선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신 당선자는 “주권자인 여러분께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 쏟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저 신정훈에게 힘을 실어 주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태호 민주당 후보(전 청와대 일자리수석ㆍ서울 관악을)과 이용선 민주당 후보(전 시민사회수석ㆍ서울 양천을)도 당선을 확정지었다. 정 후보는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기여했다. 이 후보는 앞서 19대와 20대에 서울 양천을에 출마했으나 김용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석패했다.
문재인 청와대 첫 국민소통수석이었던 윤영찬 민주당 후보는 성남중원에서 당선됐다. 윤 후보는 동아일보 기자, 네이버 부사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본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민주당 김영배 후보(전 민정비서관ㆍ서울 성북갑)와 민형배 후보(전 사회정책비서관ㆍ광주 광산을)도 당선 확실이다.
청와대 직전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민주당 후보는 전 서울시장 오세훈 통합당 후보와 서울 광진을에서 새벽까지 초접전 경합을 벌였다. 고 후보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들어가 부대변인을 하다가, 2019년 2월 대변인으로 승진했다. 고 후보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 정부 촛불 완수를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첫 지원유세로 고 후보를 지원했다. 문재인 청와대 초대 대변인이었던 박수현 민주당 후보도 공주-부여-청양에서 정진석 통합당 후보와 경합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요직을 지낸 당선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상당수 배출된 만큼 차기 전당대회와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곧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레임덕 상황에 돌입하면 이들도 함께 정치력을 잃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