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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전국선거 4연패…"보수, 대한민국 주류 지위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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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안전 마스크를 쓰고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안전 마스크를 쓰고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다수가 ‘정권 견제’보다 ‘국정 안정’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이라는 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 당초 개헌저지선(100석)을 공개 우려했던 미래통합당은 현재보다 의석이 줄어든 원내 2당에 머무른다. 여당이 향후 정국을 주도하며 정권 재창출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와중에 “정권 심판” 공세 #국민 다수 공감 끌어내는 데 한계 #“산업화→민주화 세력 주류 교체” #유권자 진영 구도 재편도 영향

통합당의 해묵은 선거 전략이 민주·통합 간 격차를 벌인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심판”에서 “견제”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끝까지 유권자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신진식(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 야권의 치명적 오류는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쏠려 있을 때 ‘정권 심판’이라는 오래된 부정 공세를 펼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국면을 비롯해 20대 국회 내내 지나치게 정부·여당 발목 잡기에 치중한 것도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재묵(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여당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도와줄 건 도와주는 모습이 있었어야 했는데 야당이 사법 개혁이든 경제 개혁이든 간에 사사건건 싸움만 붙었다”며 “코로나19로 민심 균형이 민주당에 기울면서 통합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임기 중반인데도 총선에서 패배하는 충격적 결과를 맞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도 마뜩지 않지만 통합당을 대안으로 여길 수도 없는 중도층의 선택”이란 분석도 한다. 통합당은 탄핵 과정에서 갈라섰던 정치세력을 뭉치기만 했을 뿐, 새로운 비전이나 자기 개혁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이후 네 차례 연속(2016 총선·2017 대선·2018 지방선거·2020 총선) 승리했다. 1987년 체제에선 전례 없는 일이다. 유권자 진영 구도가 완전히 재편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에 코로나19 위기가 없었어도 민주당이 고전은 좀 했겠지만 승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개발 세대가 정치 주도권을 후세대에 이양했다는 의미다.

대통령 지지율 편승 효과 역시 민주당 승리를 주도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치솟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로 이어졌다. 신 교수는 “이번 총선은 민주당에 대한 표심보다는 지금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 성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4년 만의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로 복귀했다.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구성해 간신히 쟁점 법안을 처리하곤 했던 민주당으로선 이제 얘기가 달라졌다. 더불어시민당까지 과반을 넘어 사법개혁, 대북정책, 탈원전 등 ‘개혁 법안’이라고 이름 붙인 안건들을 야당 협조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국무총리·대법관 등 국회 인준을 거치는 인사도 청와대 뜻대로 통과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견제 기능 약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민주당 과반은 사실상 야당의 권력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통합당은 더 이상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발목 잡기가 힘들어지겠지만, 한편으로 민주당도 지금까지 해 온 ‘야당 탓’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권력 집중이 곧 책임 집중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심새롬·박건·정희윤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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