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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막을 수 없었다" 외신도 주목한 한국 총선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300명 국회의원을 뽑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날 한국의 총선에 외신의 시선이 한껏 쏠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선거라서다.

이날 영국 방송 BBC는 한국의 총선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도했다. “유권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1m 간격으로 떨어져 줄을 서야 한다”며 “그들은 체온을 잰 다음 비닐장갑을 낀 채로 투표장에 들어선다. 투표장 밖에는 응급 의료시설이 설치됐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며 BBC는 현장 모습을 그대로 전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 마련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낀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 마련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낀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한국의 투표 가능 연령이 처음 만 18세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란 18세 투표자의 인터뷰도 기사에 담았다. BBC는 “이번 선거가 코로나19가 (신천지 사태 이후) 두 번째로 대유행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있긴 하지만 한국은 다시 한 번 팬데믹(Pandemic·치명적 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다음달 7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지방 선거를 1년 연기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까지 입원하는 사태를 겪었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대유행 중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도 16개 주에서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일제히 연기했다. 미국 abc방송은 “한국 상황은 미국과 대조적”이라며 “현재 미국 내부에선 경선을 더 연기하거나 아니면 우편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ㆍ영국을 비롯해 프랑스ㆍ스리랑카ㆍ에디오피아 등 최소 47개국에서 선거 연기를 결정했다. 뉴질랜드는 오는 9월 19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 현재 연기 여부를 정부에서 저울질 중이다. 코로나19대확산 속에 수천만 유권자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선거는 현재 한국에서만 치러지고 있다. CNN은 “한국은 지금까지 선거를 한 번도 연기한 적이 없었고, 코로나19 역시 한국 선거를 중단하게 할 수 없었다”며 국내 선거 진행 상황을 세밀히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날 한국의 투표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오전 6시 한국 1만4000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투표자들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도착과 동시에 체온을 재야 한다. 체온이 37.5도가 넘으면 이들은 따로 마련된 별도 투표소로 안내된다”고 전했다.

이어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는 나라다. 다른 많은 국가는 선거를 연기했다”며 “한국은 적극적인 진단 검사와 강도 높은 추적 관리를 통해 대규모 봉쇄 없이 많은 감염 사례를 통제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 마련된 정릉4동 제4투표소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 마련된 정릉4동 제4투표소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은 수십년 간 군부 독재 치하에 있었고, 처음으로 자유 선거를 치른 건 1988년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연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정치적 배경을 설명했다. 타임은 “한국이 선거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는지를 미국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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