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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국경 맞대는데···사망자 30분의 1 포르투갈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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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현금인출기 앞에서 보건당국 직원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현금인출기 앞에서 보건당국 직원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유럽의 이웃 국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스페인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확진국이자 유럽 내 최대 확진국이 된 반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 포르투갈은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의 비교적 '늦은 확산 시기'와 '발군의 시민의식' 등 두 가지 요인을 스페인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마드리드, 리스본의 2배…'늦은 확산' 요인  

14일(현지시간) 스페인과 포르투갈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 수는 17만2541명, 누적 사망자 수는 1만8056명이다. 반면, 포르투갈은 누적 확인자 1만7448명에 누적 사망자 567명을 기록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지만 확진자 수는 약 10배, 사망자 수는 약 30배가량 차이가 난다. 스페인의 인구수가 약 5000만명으로 포르투갈 인구수 약 1000만명보다 5배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 격차다.

치사율(확진자 대비 사망자)로 따지면 스페인은 10.46%, 포르투갈은 3.24%로 확연한 대비를 보인다. 유로뉴스는 이에 대해 "포르투갈 리스본에 비해 스페인 마드리드의 확진자 수는 두 배나 많다"며 "코로나 검사 수 자체를 고려해야 한다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비해 이처럼 신종 코로나 사태에 좋은 결과를 낸 이유로는 늦은 확산 시기가 꼽힌다. 리스본 풀리도발렌테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 필리프 프로스 교수는 이날 유로뉴스 '굿모닝 유럽쇼'에 출연해 "포르투갈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보다 바이러스 확산이 늦게 시작됐다"며 "이로 인해 정부와 시민들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13일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에서 긴급의료팀이 가정집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 혈청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3일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에서 긴급의료팀이 가정집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 혈청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에 따르면 포르투갈에서는 이탈리아보다 약 3주, 스페인보다는 약 1주가량 확산세가 늦게 나타났다. 그 사이 포르투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집중치료실(ICU) 병상을 확보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국가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3월 18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는 첫 사망자 발생 후 불과 이틀만이었다.

그라사 프레이타스 포르투갈 보건국장은 "확진자 가운데 88%는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집에 머물고 있다"며 "병원은 전혀 붐비지 않고, 보다 심각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좋은 상태의 많은 ICU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자료를 보면 우리는 아직 코로나 확산의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부활절에도 '조용'…발군의 시민의식 

두 번째 이유로 높은 시민의식이 꼽혔다. 정부 차원의 이동제한령에도 나들이와 술자리를 즐겨 논란이 됐던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와는 달리, 포르투갈 국민은 대부분 큰 불만 없이 정부의 권고를 따라줬다는 것이다.

실제 리스본의 노바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초기 25일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의 확진자 수를 유지했다. 프로스 교수는 "시민들의 높은 준법 의식이 초기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데 중요했다"며 "학교는 물론이고 상업적인 모든 행위가 금지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정부의 권고를 기꺼이 따랐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주(州) 포르토에 위치한 상로렝스성당에서 지난 12일 부활절 미사를 신자들 없이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주(州) 포르토에 위치한 상로렝스성당에서 지난 12일 부활절 미사를 신자들 없이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 세계가 종교 행사로 인해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것이라 우려했던 지난 4월 12일 부활절 당시에도 포르투갈에서는 모든 시민이 정부의 규제를 잘 따라줬다고 한다. 에두아르도 카브리타 내무장관은 14일 "(부활절에) 매우 제한적 수의 시민들만이 정부의 방침을 어긴 것으로 경찰 보고를 받았다"며 '발군의 시민의식(Unsurpassed civic spirit)'이라고 칭송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또 포르투갈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이민자 및 난민에게 임시시민권을 부여, 일반 시민들과 차별을 두지 않고 코로나 검사 및 치료를 받게 하는 등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스페인 '봉쇄 완화' vs. 포르투갈 '봉쇄 연장' 

하루 사망자가 500명씩 발생하는 스페인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꺾였다고 판단, 건설업·제조업 등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부 업종의 경제활동 금지 제한을 풀었다. 상점이나 술집, 식당 등은 여전히 폐쇄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30만명가량의 비필수 직군 소속 근로자들이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전 조치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반면 누적 사망자가 500명 수준인 포르투갈 정부는 봉쇄조치를 5월 1일까지 연장할 방침이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이날 조건부로 제한적 경제 재가동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에 출연, 모든 사회적 거리 두기와 규제를 4월 17일까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4일 한 여성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구입한 뒤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한 여성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구입한 뒤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13일 포르투갈의 사회 각 분야 대표와 명사들 167명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의회 의장 등에게 탄원서를 보내고, 공개서한을 통해서 제한적이라도 경제활동 규제를 풀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코스타 총리는 "경제적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규제를 해제할 시기가 아니므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코스타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사람들의 이동제한과 경제활동은 계속해서 엄격하게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5월 초 까지도 비상사태는 확대, 또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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