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꼼수 정당에 막말 논란까지···올 총선도 어김없이 사고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ㆍ15 총선의 서막을 알린 건 지난해 말 국회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선거법 혈투’였다. 논란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 군소 정당의 국회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였지만 각 정당의 속내는 달랐다.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와 자유한국당이 맞붙은 선거법 대결은 12월 27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끝을 맺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며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며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1월부터 5선의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려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통합 전선 구축에 주력했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과 범보수 단체들이 뭉친 미래통합당이 2월 출범해 양당 구도가 형성됐다.

①‘비례정당’ 난립에 48㎝ 투표용지 등장=정치판을 뒤흔든 준연동형 비례제는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꼼수’ 속에 누더기 신세가 됐다. 보수 진영에선 예고대로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고,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던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게다가 정봉주-손혜원 주도의 열린민주당도 등장했다. 열린민주당에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4번),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2번)이 상위 순번에 포진했다. 정의당은 뒤늦게 반발했지만 “표 앞에 장사 없다”는 정치판에서 공허한 외침이 됐다.

3월 31일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남도선관위 공무원이 48.1cm의 길이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태

3월 31일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남도선관위 공무원이 48.1cm의 길이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태

비례대표를 노린 급조된 정당들도 난립했다. 무려 35개 정당 이름이 적힌 유례 없는 ‘48.1㎝’짜리 투표용지가 등장했다.

②금태섭 탈락, 김형오 사퇴 ‘공천 전쟁’=공천을 둘러싼 아귀다툼은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금태섭 의원의 공천 탈락을 놓고 시끄러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던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금 의원은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탈락했다. 반면 ‘조국 수호’를 자처한 김남국 후보는 경기 안산단원을 후보로 확정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공천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공천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통합당도 공천 잡음이 일었다. 김형오 공관위는 ‘TK 물갈이’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당 일각에선 “사천(私薦)”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친문' 이력 논란에 휩싸인 김미균 후보의 공천 문제로 김 위원장이 사퇴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 명단과 순번 등을 놓고 모(母)정당인 통합당과 정면충돌을 빚었다. ‘한선교의 공천 쿠데타’란 말까지 나왔다. 결국 선거인단이 수정 명단을 부결하자 한 대표는 "가소롭다"며 사퇴하는 선에서 파동은 일단락됐다.

③이낙연vs황교안, 김종인, 안철수…선거판 달군 인사들=서울 종로는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구였다. 대권 잠룡인 이낙연, 황교안 후보가 맞붙는 ‘미니 대선’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이 후보는 공동상임선대위원장, 황 후보는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각각 맡아 당의 선거도 이끌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착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착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각각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김종인씨는 이번엔 통합당행을 택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도 이목을 끌었다. 1월 19일 귀국한 안 대표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마찰 끝에 탈당했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독자 노선을 택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26명의 비례대표 후보만 냈다. 안 대표는 지난달엔 대구 의료봉사를 2주간 진행했다.

10일 서울역 KTX대합실에 마련된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전투표소. 신인섭 기자

10일 서울역 KTX대합실에 마련된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전투표소. 신인섭 기자

④코로나19가 잠식한 선거=코로나19 사태는 이번 총선을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로 몰고 갔다. 국내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섰고, 코로나 사태에 국민의 신경이 쏠리면서 각종 선거 이슈가 잠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각 후보도 선거 유세를 최소화했다. 대면 선거운동이 줄어들면서 신인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를 놓쳐 발을 동동거렸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세계의 모범"이라며 정부를 옹호했고, 통합당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재외국민 중 절반 가량이 투표를 하지 못했고, 투표장에는 손 세정제와 비닐장갑, 1m 거리 두기 등의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⑤“막말ㆍ오만” 진흙탕 싸움=코로나에 잠식된 선거는 막판에 이르러 막말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통합당은 ‘3040 무지’ 발언을 한 김대호 후보,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빚은 차명진 후보를 제명했다. 민주당에선 김남국 후보가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발언은 ‘진보 진영의 오만함’이라는 우려와 공격을 동시에 받았다.  통합당도 일부 인사가 n번방 사건의 ‘여권 개입설’을 시사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26.7%로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