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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드라마 끝나도 OST 굳건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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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아로하'를 부른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아로하'를 부른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OST 열풍이 거세다. 13일 기준 멜론 등 음원차트 상위 10곡 중 절반이 드라마 OST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는 정상을 넘보고 있고,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지난달 21일 종영했지만 ‘시작’(가호), ‘그때 그 아인’(김필), ‘돌덩이’(하현우) 등 3곡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9월 1%대 시청률로 종영한 JTBC ‘멜로가 체질’에 수록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역주행에 성공 이후 반년 넘게 차트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OST는 살아남아 장기 흥행을 이끄는 이유가 뭘까.

‘멜로가 체질’ 종영 반년 지나도 인기 #음원 차트 상위 10곡 중 절반이 OST #‘의사생활’, ‘이태원 클라쓰’ 이어받아

“이태원 클라쓰, 사이다 효과 위해 록 활용”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사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사진 JTBC]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에 이어 ‘이태원 클라쓰’ OST를 제작한 호기심스튜디오의 박성일 음악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라고 밝혔다. ‘호텔 델루나’, ‘도깨비’ 등 멜로가 부각되는 드라마는 여러 곡이 릴레이로 히트하기도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는 러브 라인은 있어도 박새로이(박서준)의 복수담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반전의 묘미와 ‘사이다’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록 기반의 곡을 많이 활용하게 됐다”며 “영미권 팝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 록이 사랑받는 장르는 아니어서 주변에서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성윤 PD의 과감한 연출 스타일과 만난 것도 시너지를 냈다. 박 감독은 “보통 드라마 OST 작업을 할 때는 음악이 화면보다 강해지면 감정이 과해질까 봐 자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성윤 PD는 몽타주 신에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명세나 인지도에 기대지 않은 과감한 기용도 한몫했다. ‘시작’으로 첫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가호는 ‘시간’(‘시간’), ‘그렇게 가슴은 뛴다’(‘내 뒤에 테리우스’), ‘끝이 아니길’(‘황후의 품격’) 등 박 감독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그는 “너무 올드하지도 않고, 너무 트렌디하지도 않은 게 가호의 장점”이라며 “감성과 파워의 균형이 조화로워 영상과도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장범준, 한번 듣긴 아쉬워 반복재생 불러”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사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사진 JTBC]

2012년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한 ‘벚꽃엔딩’을 잇는 또 다른 스테디셀러가 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스튜디오 마음C 마주희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배우들이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 만큼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극의 흐름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노랫말이 필요했다. 이병헌 PD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본에 앞줄 정도만 써놓고 맞춰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는데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침범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가사에 맞춰 대사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마 프로듀서는 “장범준 목소리는 반복재생을 부르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노래 길이(2분 48초)가 짧기도 하지만 한번 들으면 아쉬워서 다들 대여섯번씩 듣고, 그게 음원 강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응답하라’부터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OST도 마주희 프로듀서가 총괄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인공 5명이 99학번 의대 동기로 설정된 만큼 당시 유행가를 요즘 감성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선정한 곡에 맞춰 편곡 작업을 진행하고, 가창자를 찾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 프로듀서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1988년 등 명확한 시점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 보다 수월했지만, 이번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원곡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편곡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응답하라’부터 통한 ‘슬기로운’ 리메이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사진 스튜디오 마음C]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사진 스튜디오 마음C]

극 중 멤버들이 밴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곡들도 기대를 모은다. 조정석이 2001년 쿨 원곡의 ‘아로하’를 멋지게 소화한 만큼 다른 배우들이 가창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전미도ㆍ유연석 등은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왔고, 전작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천재 작곡가 역할을 맡았던 정경호는 ‘꿈은 어디에’ 등 OST 3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조이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1996년 베이시스 원곡), 어반자카파의 ‘그대 고운 내사랑’(1999년 이정열 원곡) 등 새로운 곡이 발표될 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것도 ‘응답하라’ OST 열풍을 연상케 한다.

올 초 방영된 tvN ‘사랑의 불시착’,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등 OST도 여전히 순항 중이다. ‘도깨비’ 등으로 유명한 남혜승 음악감독이 만든 ‘사랑의 불시착’ 수록곡 ‘마음을 드려요’나 ‘다시 난, 여기’는 아이유나 백예린의 앨범에 수록됐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들이 지닌 보컬과 잘 어울린다. ‘호텔 델루나’ 등 OST 명가로 거듭난 냠냠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낭만닥터 김사부 2’ 수록곡 ‘고 어웨이 고 어웨이’(찬열·펀치)나 ‘너를 사랑하고 있어’(백현) 등도 사랑받고 있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400위권 내 OST 점유율이 지난해 7월 5.6%에서 8월 15.7%로 상승한 이후 지속적으로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3월은 18.2%에 달한다”며 “‘호텔 델루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OST 히트곡이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신곡 발표 줄어든 것도 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곡 발표가 연기되거나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다운로드는 전년 대비 40%, 스트리밍은 19% 감소했다. 다운로드 400위 기준 3월 발매 곡은 56곡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곡 감소했다. 3월 발표된 신곡 중 월간 차트 20위 안에 오른 곡도 ITZY의 ‘워너비’가 유일할 정도. 김 연구위원은 “쇼케이스나 음악방송 등 신곡 홍보 활동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기존 히트곡들의 장기집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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