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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식 중인 대나무쥐 2500만 마리 몰살 위기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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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서는 약 1800만 마리의 대나무쥐를 양식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서는 약 1800만 마리의 대나무쥐를 양식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양식하는 대나무쥐 2500만 마리 이상이 떼죽음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8일 중국 농업농촌부가 고지한 식용 가능한 가축·가금류 31종의 목록에 대나무쥐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난산, 코로나 중간 숙주 지목에 #당국 식용가능 동물 31종서 제외

대나무쥐 위기는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의 발언이 촉발했다. 그는 지난 1월 20일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대나무쥐와 오소리 등 야생동물을 꼽았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의 영웅인 중난산의 영향력은 컸다. 중난산의 발언 이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 2월 24일 경제적·사회적·과학연구적 가치를 지닌 ‘삼유(三有)동물’의 교역과 식용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 달 반의 검토 끝에 지난 8일 농업농촌부는 식용 가능한 전통 가축·가금류 18종과 특수 가축·가금류 13종을 밝혔다. 전통 가축·가금엔 돼지·소·양·말·나귀·낙타·토끼·닭·오리·거위·비둘기 등이, 특수 가축·가금류엔 사슴·꿩·자고·타조·밍크·여우·담비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양식하는 야생동물 중 식용 가능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대나무쥐(竹鼠)가 꼽힌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광시좡족(廣西壯族) 자치구에서 양식하는 대나무쥐만 1800만 마리에 달한다. 중국 전역에서 양식하는 대나무쥐(2500여만 마리)의 70% 정도다. 광시자치구에서만 대나무쥐 양식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만 10만 명, 경제적 가치는 20억 위안(약 3450억원) 정도라고 한다.

광시자치구는 그동안 빈곤 타파를 위해 대나무쥐를 키우는 농가엔 한 마리당 56~12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닭 한 마리당 7~15위안의 보조금보다 더 줘 많은 농가가 대나무쥐 사육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대나무쥐가 식용 가능 동물에서 제외됨으로써 몰살 위기를 맞았다. 농업농촌부는 5월 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나무쥐가 식용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된서리를 맞게 된 대나무쥐 양식도 중국 야생동물 양식산업의 일각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에서 양식하는 야생동물 종류만 100여 종에 종사자는 1409만 명(2016년 기준), 산업 가치는 1250억 위안이 넘는다고 한다. 야생동물 식용 금지가 중국 경제엔 또 하나의 타격이 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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