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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소되는 '박사방' 조주빈…'범죄단체조직죄'는 빠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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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과 공범들 [연합뉴스TV제공]

조주빈과 공범들 [연합뉴스TV제공]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구속기한 만료일인 오는 13일 재판에 넘겨진다. 엄벌 여론을 고려해 검토됐던 범죄단체조직죄는 적용 선례가 극히 드문 만큼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 때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유현정 부장검사)은 12일 막바지 공소장 작성에 매진 중이다. 조씨의 공소장에는 성착취물 범죄와 관련한 수법과 범죄수익 규모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힌다. 앞서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를 포함해 모두 12개 죄명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범죄단체조직죄는 이번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는다고 한다.

확 바뀐 ‘범죄단체’…이번엔 적용될까?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공범까지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n번방 적극 관여자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수괴부터 간부와 구성원으로 이어지는 지휘·통솔 체계가 핵심 구성요건이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1953년 제정되다보니 처벌의 방점이 당시 사회 혼란기를 틈타 횡행하던 ‘조직폭력배’ 에만 찍혀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거물 조직폭력배 조양은씨 등이 이 법리로 처벌됐다. 최근 들어는 조직폭력단체 외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나 다단계, 도박사이트·대부업 범죄에서도 적용되기도 하지만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폭력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포악한것으로 알려진 양은이파 [중앙포토]

국내 폭력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포악한것으로 알려진 양은이파 [중앙포토]

특히 ‘박사방’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집단 디지털 성범죄에 적용한 선례는 단 1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수사팀은 대검찰청 형사부 등과 소통하며 ‘박사방’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 위한 사건 처리 기준 마련에 고심 중이다. 검찰은 지난 2013년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추가됐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상적인 법률 개념 상 ‘범죄 집단’은 ‘범죄 단체’ 보다 느슨한 형태로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뒤, 아직 해당 죄목으로 기소된 사례는 나오지 않은 만큼 ‘박사방’이 이 범위에 적용되는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애초에 조직폭력배를 두고 만들어진 조항을 형태가 확 바뀐 온라인 범죄 조직에 적용하려니 여러 검토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단체조직죄 처벌되면

‘박사방’ 사건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면 운영자 조씨는 물론 박사방에서 음란물을 시청한 관전자들도 범죄단체조직원으로 간주해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조씨 일당의 범죄 수익 몰수와 추징 보전도 보다 수월해진다. 일당 내부에서 주고받은 돈을 모두 범죄수익으로 보고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방’도 상하관계는 있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운영한 텔레그램 '박사방'에 공동 운영자가 3명(‘부따’ 강모군, ‘이기야’ A일병, ‘사마귀’)더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씨를 도와 박사방을 홍보하고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등 범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씨와 공범들은 일제히 “온라인상으로만 알 뿐 실제로는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별명으로만 불렸기에 실제로 누구인지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조씨 측 변호인은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고도 주장했다.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 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씨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씨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편, 경찰은 ‘부따’로 알려진 공범 강모(18)군에 대한 신상공개 심의 여부를 검토중이다. 강군 신상이 심의위를 거쳐 공개되는 경우 성폭력특별법에 따른 두 번째 신상공개 사례가 된다. 강군은 유료회원이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현금화한 다음 조씨 집 근처 등에 돈을 가져다 둔 전달책과 운영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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