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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미뤄도 혼수는 산다"···코로나에도 매출 늘어난 명품·가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 속에서도 백화점의 명품과 가전 매출은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이 여전히 저조한 수준.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명품과 가전만 ‘나 홀로 성장’ 중이다. 업계에선 “올해 4~5월 결혼을 계획했던 예비부부가 결혼식은 코로나 때문에 미루면서도 혼수 장만은 예정대로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체 매출 -15.4%인데…가전은 +62.6%

사진 신세계백화점

사진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정기세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은 여전히 전년도의 마이너스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패션 부문 매출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롯데백화점의 3~7일 전체 매출은 전년 정기세일 당시 같은 기간(3월 29일~4월 2일)에 비해 15.4% 감소했다. 여성패션이 34.6% 줄었고 남성스포츠와 잡화 부문이 약 17%씩 감소했다. 반면 해외패션과 가전 부문 매출은 늘었다. 해외패션은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4.7% 늘었는데 이 중에서도 최상위급 브랜드가 속한 ‘해외 부티크’는 5.4%, 최상위급 시계 및 보석 브랜드가 속한 ‘해외시계·보석’ 부문은 27.4% 각각 증가했다. 매출이 급등한 품목은 주로 혼수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로 알려졌다. 가전 매출도 같은 기간 62.6%가 늘었다.

다른 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3일부터 정기세일 중인 현대백화점의 3~7일 전체 매출은 전년도 정기세일 당시보다 12.6% 줄었지만, 명품과 리빙 부문 매출은 각각 5.3%와 8.8% 늘었다. 각 부문 매출을 이끈 품목은 역시 혼수품인 쥬얼리(28.7%)와 가전(30.7%)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정기세일 전인 3월 가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3월 1~15일 가전 매출은 전년도 동기(정기세일 일주일 전)보다 18.9% 감소했지만 3월 16~31일엔 34.4% 늘어나면서 반등했다. 코로나19가 퍼진 지난 2~3월 전체 매출 신장률이 -22.8%인 상황에서 눈에 띄는 실적이다. 가전 구매 고객 중 41.4%가 예비 신혼부부 연령대인 20~30대였다. 이 기간 명품 매출도 7.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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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멤버십 몰려…목표 130% 초과 달성  

지난 2월 한달 간 롯데백화점 웨딩멤버십에 3560명이 가입했다. 목표치를 130% 초과 달성한 규모다. 사진 롯데쇼핑

지난 2월 한달 간 롯데백화점 웨딩멤버십에 3560명이 가입했다. 목표치를 130% 초과 달성한 규모다. 사진 롯데쇼핑

실제 백화점 웨딩멤버십도 늘었다. 웨딩멤버십은 결혼 9개월 전부터 구매한 금액을 합산해 금액대별로 상품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여기에 가입하려면 청첩장 사본이나 웨딩홀 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내부 심사를 거쳐 가입이 승인된다.

롯데백화점은 2월 3560명이 ‘웨딩마일리지’에 가입했다. 목표치를 130% 초과 달성했다. 매출도 기존 목표액을 71% 넘어섰다. 4월 가입자도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도 4월 가입자는 1030명이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1분기(1~3월) ‘더클럽웨딩’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3년 32만건에서 지난해 24만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백화점에서 혼수를 장만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금력을 갖춘 예비부부가 많고 '가성비'와 '선택적 럭셔리'라는 새로운 트렌드 속에 혜택이 우수한 백화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웨딩멤버십 매출액 상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과 불가리, 티파니, 카르티에 등 해외 고가 명품이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현종혁 마케팅부문장은 “코로나로 인해 소비심리는 위축돼 있지만, 웨딩멤버십 가입자 수 증가와 맞물려 혼수 수요인 가전과 해외패션이 신장세를 기록했다”며 “4월에도 웨딩 프로모션을 추가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한·가’ 바람 제주 호텔도 때아닌 호황

허니문패키지. 사진 롯데호텔

허니문패키지. 사진 롯데호텔

예비부부의 혼수 마련과 맞물려 제주 호텔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요즘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소규모로 축소하는 대신 신혼여행을 상반기엔 국내, 하반기엔 해외로 떠나는 이른바 ‘상·한·가’(상반기에 한국 가요)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다.

롯데호텔제주는 3월 신혼 여행객 문의 건수가 전달보다 약 35% 늘었다. 제주신라호텔도 지난달 초 약 7년 만에 출시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의 4월 판매량이 전달의 두 배 이상이다. 이들 호텔은 뒤늦은 호응에 4월 말까지 판매할 예정이었던 허니문 패키지 기간을 6월까지 연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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