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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유쾌한 디스전…김종규 "우리팀이 1위", 허훈 "임팩트는 저"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MVP를 두고 경쟁 중인 KT 허훈(오른쪽)과 DB 김종규(왼쪽). [사진 KBL]

프로농구 MVP를 두고 경쟁 중인 KT 허훈(오른쪽)과 DB 김종규(왼쪽). [사진 KBL]

“우리 팀은 1위, 훈이네 팀은 6위잖아요.”(원주 DB 김종규·29)

프로농구 MVP 2파전, 20일 발표 #DB 기둥 김종규, 공동 1위 견인 #허훈, 20점-20AS, 9연속 3점 활약 #허웅 중립, 허재 "마음 비워라"

“임팩트는 종규 형 보다 저죠.”(부산 KT 허훈·25)

남자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 후보 김종규와 허훈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래서 내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9-20시즌 남자프로농구는 지난달 24일 조기 종료됐다. 그래도 MVP는 뽑는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기자단 투표(118표)가 진행됐고, 오는 20일 발표된다.

‘연봉킹’ 김종규와 ‘허재 아들’ 허훈의 2파전 양상이다. 김종규는 올 시즌 창원 LG를 떠나 보수총액 12억7900만원에 DB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8위였던 DB를 서울 SK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려 놓았다. 국내선수 가운데 리바운드 1위(6.1개), 평균득점 5위(13.3점)다. 공헌도도 2위다.

‘농구대통령’ 허재(55) 전 농구대표팀 감독의 둘째아들 허훈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포인트가드 허훈은 어시스트 전체 1위(7.2개), 득점 국내선수 2위(14.9점)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 9개를 연속해서 성공했고(지난해 11월20일 DB전), 프로농구 최초의 20점-20어시스트(2월9일 KGC전) 역사를 썼다.

원주 DB 기둥으로 팀을 공동 1위로 이끈 김종규. [사진 원주 DB]

원주 DB 기둥으로 팀을 공동 1위로 이끈 김종규. [사진 원주 DB]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 “상대가 더 받을 만하다”는 뻔한 말 대신, 두 선수에게 ‘솔직하고 유쾌한 디스전’을 부탁했다. 그러자 김종규는 “난 부상없이 꾸준히 전 경기(43경기)에 출전했지만, 훈이는 (부상으로) 8경기에 결장했다. 난 센터라는 포지션상 단순한 스탯 외에도 팀 공헌도가 높다고 본다. 결정적으로 우리팀이 1등이다. MVP는 팀을 승리로 이끈 선수가 받아야 한다”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허훈도 지지 않았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 말 그대로 가장 가치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인데, 내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20점-20어시스트 등은 프로농구에서 몇년간 나오지 않았던 퍼포먼스 아닌가. 물론 팀 성적과 출전경기 수는 뒤지지지만, 임팩트는 종규형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어필했다. 더 ‘쎈’ 멘트를 부탁하자 허훈은 “종규 형이 DB의 기둥이라 불리지만, DB 수비는 오누아쿠, 공격은 두경민·허웅 형이 주도했다. 종규 형은 받아서 넣은거죠”라며 웃었다.

프로농구 KT 에이스로 활약한 가드 허훈. [사진 KT]

프로농구 KT 에이스로 활약한 가드 허훈. [사진 KT]

김종규와 허웅은 티격태격했지만, 평소 ‘브로맨스’로 유명하다. 둘은 서울 용산구 동네 주민으로 차로 5분 거리에 산다. 김종규는 “작년에 같이 놀다가 훈이네 동네를 간 적이 있다. 훈이가 ‘형도 우리동네로 오면 좋겠다’고 해서 진짜 이사를 갔다. 이상형까지 겹칠 만큼 친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강아지 산책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김종규는 “훈이는 잘생긴데다 농구도 잘하고 칭찬할게 너무 많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MVP는 제가 받아야죠”라며 웃었다.

허훈은 “종규 형은 큰 키에 스피드도 지녔다. ‘연봉킹’이란 부담을 잘 이겨내 존경스럽다. 사람도 너무 좋아서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허훈은 “근데 종규 형, 혼자서 DB를 1위로 이끈건 아니지 않나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허씨 삼부자 허재와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

허씨 삼부자 허재와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

그렇다면 ‘허훈 친형’이자 ‘김종규 팀동료’인 허웅(27·DB)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김종규는 “피는 물보다 진한데, 웅이가 동생 편을 들지 않겠나”라고 예상했지만, 허웅은 중립을 지켰다. 허웅은 “당연히 가족인 훈이가 받으면 좋겠지만, 종규 형도 같은 팀이고 정말 친한 선배다. 누가 받더라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훈 아버지’ 허재의 생각은 어떨까. 허재는 최근 허훈에게 “팀 성적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있어라”라고 냉정하게 말했다고 한다. 허재는 농구대잔치 시절 MVP를 3차례 받았지만 프로에서 수상한 적은 없다. 허훈은 ‘허씨 집안’ 최초 MVP에 도전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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