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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없어 아끼는 건 전기·물세뿐”…온라인 강의가 무섭다는 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방 중소대학들 사이에서 온라인 강의 때문에 재정 적자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용 서버 증설비, 추가 방역비 등 비용은 늘어난 반면, 학내 식당 및 편의시설 수입,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등 수익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 등록금·일반인 평생교육원 수입 감소 #온라인 강의 서버비용 등 예측 못한 비용 늘어 #수업 질 저하로 등록금 환불 운동일까 노심초사 #국가고시 대비 전문교육과 실습 필요 학과 문제도

유학생 등록금·일반인 평생교육원 등 수입 감소

10일 온라인 강의로 텅빈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도서관.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온라인 강의로 텅빈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도서관.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조선대에 따르면 현재 재적 중인 중국과 베트남 등 유학생 930명 중 200여 명의 유학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학했다. 전체 유학생의 약 20%에 달한다. 휴학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조선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 내 수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원과 언어교육원 등 강좌 수입도 없다. 3000여 실 규모의 학내 기숙사 중 외국인 유학생이 입주한 700실을 제외한 약 2300실이 비어있다. 학내 거주인구가 사라지면서 학내식당과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수입도 급격히 줄었다.

10일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기숙사 건물이 폐쇄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기숙사 건물이 폐쇄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지역 중소 사립대인 호남대와 남부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호남대는 중국인 유학생 940명이 재적 중이지만, 휴학과 등록 취소 등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남부대학교도 500실 규모 기숙사가 텅 비어 학내식당 수입이 줄었다.

임대료 수입도 마찬가지다. 카페나 편의점 등 학내에 입주한 편의시설은 일반적인 임대료 계약이 아닌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비율을 학교에 내는 조건으로 입주한다. 학생이 없어지면서 수익이 급감해 임대 수익도 사라졌다.

"온라인 강의 1학기 전면확대만은 피하고 싶은데…"

조선대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 방침에 따라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던 온라인 강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호남대는 오는 24일까지 예정된 온라인 강의 기간을 더 늘릴지 검토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적자와 줄어드는 수입도 감당해야 한다.

조선대학교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 공모전. 사진 조선대

조선대학교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 공모전. 사진 조선대

온라인 강의에 따른 학생들의 불만도 걱정이다. 조선대학교는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수들을 상대로 온라인 강의 공모전까지 진행한다. 남부대는 모든 교수의 온라인 강의에 파워포인트 자료(PPT)와 동영상을 첨부하도록 했다. 일부 대학들은 수업의 질 저하에 따른 등록금 환불운동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소속 학생들의 익명게시판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교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 확보도 비용이다. 남부대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공유하는 동영상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온라인 서버 증축과 방송 장비 구매에 1500만원을 사용했다. 학생이 모두 떠난 기숙사 건물의 고정 관리비용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1000만원 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역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학교에 없으면 줄어드는 것은 전기세와 물세뿐"이라며 "만약 온라인 강의가 1학기 전반으로 확대되면 학생 수가 적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 중소 대학교는 파산이다"고 했다.

국가고시·실습 위주 학과들 개강 필요성도

지방 중소대학들에 국가고시 합격률과 취업률은 유일한 학생 유치 수단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고시를 대비하는 전문학과들의 대면 교육과 실습은 수업이 사실상 멈춰있다. 지방 중소대학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합격률과 취업률이 떨어질 상황을 두려워 한다.

지난 3월 25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에서 육군 제31보병사단 화생방지원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5일 광주 광산구 호남대학교에서 육군 제31보병사단 화생방지원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대의 경우 의대와 치대가 국가고시와 실습이 필요하다. 남부대는 간호학과와 응급구조학과가 대표적이다. 호남대는 미래 자동차공학부와 외식조리학과 등이 온라인 동영상으로 실습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가 연장돼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운동이 일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며 "지방 중소대학들은 등록금 반환 사태만은 피하려고 기존 6월에 하던 종강을 7월이나 8월로 미뤄 1~2달 만이라도 학생들에게 대면 강의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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