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축

코로나 셧다운이 능사? IT+BT ‘핀포인트 방역’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4.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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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22면

도시와 건축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차량이 소독제를 분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차량이 소독제를 분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외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한국에 역수입되고 있는 중이다. 지구를 돌아서 오는 데 불과 석 달이 걸리지 않았다.

교통수단이 그 시대 공간 영역 결정
15세기 삼각돛 발명 덕 지구 좁아져
지금은 비행기로 전 세계 공간 압축

곳곳 분포된 작은 점 같은 전염병
정확한 타격으로 일상 공간 지켜야
국경 초월한 전 지구적 협력 급해

바이러스에는 국경선이 없다. 인류는 이런 경험을 이미 중세 흑사병 때 겪어 봤다.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해 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1억 명이 사망했다. 흑사병을 유발하는 페스트균은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해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 1343년께 크림반도에 도착했다. 페스트균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서 전파되는데 당시 쥐가 많았던 무역선들은 지중해 해상무역루트상의 도시들에 페스트균을 퍼뜨렸다. 이후 육로를 통해 북상, 유럽 전역에 페스트균이 퍼졌다.

시대마다 대표 교통수단이 있고, 그 교통수단은 그 시대의 공간 영역을 결정한다. 초기 농업기술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 기원전 9500년께부터, 인도에서는 기원전 6000년께부터,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5000년께부터, 그리고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께부터 사용됐다. 농업 기술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중국까지 전파되는 데 7000년이 걸린 셈이다. 두 지역 사이의 거리는 대략 7000㎞이니 발로 걸어 다니던 시대에 문명전파의 속도는 1년에 1㎞ 이동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500년 만에 500배 빨라진 대서양 횡단

그런데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공간은 급속도로 압축된다. 13세기에 번성했던 몽골제국은 수천㎞ 떨어진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말이라는 교통수단 덕분이다. 말이 있었기에 중앙아시아의 페스트균은 크림반도까지 빠르게 전파됐고, 거기서 배라는 교통수단을 통해서 지중해 연안으로 퍼져 나갔다.

15세기에 삼각돛이 발명되면서 지구는 더욱 좁아졌다. 과거의 배는 뒤에서 오는 바람만 돛으로 받아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런 배는 바람이 앞에서 불면 돛을 내리고 사람이 노를 저어야 했다. 그러다가 삼각돛의 발명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삼각형 모양의 돛을 이용하면 비행기 날개의 양력을 만드는 ‘베르누이’의 원리에 따라 앞바람을 맞으면서도 배를 비스듬히 앞으로 전진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삼각돛이 있으면 앞바람에도 지그재그로 전진이 가능해진다. 덕분에 인간은 이제 편서풍지대를 뚫고 해류와 바람만을 이용해서 배로 세계 어디나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 됐다.

1903년 12월 17일에는 라이트형제가 처음으로 하늘에 비행기를 띄웠다. 10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공간은 비행기를 통해서 하나로 연결됐다. 1492년 콜럼버스가 유럽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대서양을 건널 때는 두 달이 걸렸다. 500년 후 인간은 콩코드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3시간 만에 건널 수 있게 됐다. 500년 만에 속도가 500배가량 빨라진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시간거리 개념상 공간이 5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 정도로 지구 공간은 압축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으로 지구라는 행성이 너무 작게 압축됐기 때문이다. 커다란 배는 침몰을 막기 위해서 배의 내부를 여러 개의 칸으로 나누어 놓는다. 배에 구멍이 나더라도 한 칸만 침수되고 나머지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지구라는 배의 하부를 나누던 칸이 사라졌고, 한 곳에만 구멍이 나도 배 전체가 침수되는 세상이 됐다. 2020년의 코로나사태가 그것이다. 우리는 ‘세계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 중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처음에 인류는 전염병과 싸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천연적으로 전염병에 강한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같은 건조기후대에서 발생했다.

좀 더 발전한 인류는 건축기술을 통한 해결책들을 만들었다. 상수도와 하수도 시스템이다. 조금 더 발달하자 바이오기술을 이용한 해결책을 만들었다. 1789년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백신 개발 논문과 19세기 루이 파스퇴르를 필두로 한 각종 백신의 발명으로 전염병을 해결했다. 지난 200년간 인류는 예방주사 같은 BT(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서 1000만 명의 도시를 만들 수 있었고, 인구 77억이 사는 전 세계를 마음 놓고 여행할 수 있는 지구촌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예방주사시스템은 백신의 대량생산과 대량공급으로 바이러스나 세균과 전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는 대량생산, 대량공급이라는 산업혁명 개념과 BT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21세기에 전 세계는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이 같은 ‘산업혁명 방식 BT방역’의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산업혁명시대에는 공장에서 옷을 기성품으로 대량생산하고 백화점에서 대량판매했다.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서 옷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하고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해 택배로 받는 시대다. IT기술의 도입으로 패션산업의 구조가 바뀌었다. 전 세계적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려면 IT기술과 BT기술의 융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잘 저지했다고 평가받는 것의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빠르게 검진키트를 개발한 BT기술 덕분이다. 둘째는 확진자의 동선을 IT기술을 통해서 잘 파악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전염병 대처의 우수성은 BT와 IT의 융합에 있다. 앞으로 우리가 전염병을 이기는 방식은 과거의 산업혁명식 대량생산, 대량공급형 BT가 아니라 IT를 이용한 ‘스마트 BT 방역’이어야 한다.

한국·대만 등 벼농사 국가가 대응 잘해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전쟁과 반전쟁』에서 “전쟁기술이 점점 발전해서 지금은 대규모 융단폭격 없이 토마호크 같은 스마트미사일을 통한 핀포인트 타격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덕분에 기존의 대규모 전면전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전염병과의 전쟁터는 대규모 전선이 아니라 여기저기 작게 분포된 작은 점들과도 같다. 이 점들을 IT기술을 이용해서 핀포인트로 타격해 나가야 한다. 현재 넓은 면적을 셧다운시키는 것은 대규모 전쟁을 치르러는 것과 같다. 핀포인트 공략으로 우리의 일상의 공간을 유지해야 경제적 파국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술만이 문제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특이한 사항은 이번 코로나사태에 사재기 같은 사회적 패닉 없이 대응을 잘한 국가들은 한국·대만·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데, IT기술의 발달뿐 아니라 벼농사지대의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벼농사 사회는 과거부터 농사를 짓기 위해서 저수지나 물길을 만드는 토목공사를 함께해오면서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반면 서구 같은 밀농사지역은 물 관리를 위한 토목공사 없이 혼자 씨를 뿌리면서 농사를 지어서 개인주의가 발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주변인의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집단주의가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분위기는 집단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이기적 행동을 제어하는 장치로서의 순기능이 있다. 덕분에 사재기가 없었다. 반대로 IT, BT가 모두 발달했음에도 개인주의적 서구사회에서는 사재기가 많고 정부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 몇 주가 지난 지금 서구사회에도 바쁜 의료관계자를 배려한 마트 운영시스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은 위기상황에서 함께 생존할 방법을 배워 가고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여기서 작은 희망을 보았다. 인류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유엔을 설립했고, 각종 핵전쟁 영화를 보고 나서 핵전쟁 방지 장치들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전염병이 발생하면 초기에 중국이 했던 것처럼 은폐하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개인 인권이 확보된 수준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 핀포인트로 대처할 수 있는 국경을 초월한 전 지구적 협력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전 세계가 그 정도는 성숙해져야 비행기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닐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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