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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연기된 마스터스, 오거스타는 벌써 달아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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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로 일정이 조정된 마스터스 토너먼트. [EPA=연합뉴스]

11월로 일정이 조정된 마스터스 토너먼트. [EPA=연합뉴스]

 이번 주에 치러질 예정이었던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11월로 미뤄졌다. 예정보다 7개월 연기돼 열리지만 마스터스가 벌써부터 다시 뛰는 분위기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시작 #코로나19로 11월 개최 확정 #지역 숙박 예약 벌써부터 가열 #관람권 인터넷 거래가도 폭등 조점 #"새 일정 발표돼 기쁘다" 기대

9~12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스터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1월12~15일에 치르기로 했다. 마스터스는 그동안 진달래와 목련이 활짝 핀 코스에서 치러져왔지만, 낙엽이 지는 늦가을에 열리는 것은 1934년 대회 창설 이래 처음이다. 4월이 아닌 때에 열리는 것 역시 3월에 열렸던 1934년 이후 처음이다. 전통있는 대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러가지로 낯선 마스터스를 올해는 접하게 됐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6번 홀 그린 주변 풍경. [AP]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6번 홀 그린 주변 풍경. [AP]

연기된 마스터스 일정이 확정되면서 가라앉았던 대회 분위기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8일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변경된 마스터스 일정이 정해진 뒤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인근 한 숙소의 1박 가격이 49달러(약 6만원)에서 1000달러(120만원)로 20배 이상 치솟았다. 또 89달러(11만원) 가격의 숙소가 11월 마스터스 기간에 793달러(96만원)로, 219달러(26만원) 가격의 숙소도 1499달러(182만원)로 하룻밤 사이에 크게 뛰어올랐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지역 상권이 1억 달러(1200억원) 가량의 경제적인 효과를 얻는 것으로 알려진 마스터스는 만약 취소됐다면, 오거스타 지역의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연기된 일정이라도 대회가 올해 안에 열리는 것에 대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오거스타 지역의 컨벤션, 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오거스타 컨벤션&여행객 사무국의 베니시 브라운 회장은 "지역 사회가 새 일정이 발표되고나서야 비로소 기뻐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거스타 지역 방송사인 WJBF 역시 "새 일정에 맞춰 집을 빌리려는 예약 경쟁 붐이 일고 있다"면서 "호텔 예약과 집 임대는 마스터스 주간 오거스타 경제에 수백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선사한다. 새 일정 발표 다음날에 호텔 예약 사이트에 있는 오거스타 지역 호텔의 약 75% 가량이 예약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골프 매체들은 새 일정이 정해진 만큼 골프장 인근 지역의 학교들이 임시 방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마스터스 관람권 인터넷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마스터스는 후원자(patron)로 불리는 회원들에게만 입장권을 사전 예약 형태로 판매한다. 후원자 중 결원이 생기면 새로 모집하는 형식으로 판다. 그래서 일반인은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입장권을 판매하는 일종의 '온라인 암표 거래'를 통해 마스터스 관람권을 구한다. 원래 가격은 연습 라운드 1일권은 75달러(9만원), 본 경기 1∼4라운드 관람권은 1일당 115달러(14만원)다.

그런데 미국 스포츠 티켓 거래 전문 사이트인 스텁허브에 따르면 마스터스 1라운드 입장권이 2017달러(246만원)였다. 2016년엔 3616달러, 2017년 3211달러, 2018년엔 4475달러였는데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대회 연기가 결정되기 전까진 1400달러(17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일정이 조정되자 다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2라운드는 2126달러(260만원)까지 올라갔고, 3라운드는 1799달러(220만원), 4라운드는 1635달러(200만원)로 거래가가 형성됐다. 연습 라운드도 705~1245달러(86만~150만원)로 만만치 않은 가격을 형성했다. 대회가 임박하면 당연히 이 판매가도 올라간다.

8일 가족들과 마스터스 챔피언 만찬을 함께 한 타이거 우즈. 왼쪽부터 연인 에리카 허먼, 딸 샘, 우즈, 아들 찰리. [사진 우즈 트위터]

8일 가족들과 마스터스 챔피언 만찬을 함께 한 타이거 우즈. 왼쪽부터 연인 에리카 허먼, 딸 샘, 우즈, 아들 찰리. [사진 우즈 트위터]

마스터스는 7개월 뒤로 미뤄졌지만, 예정됐던 대회 기간을 맞아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는 8일 역대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 20명을 매겨 '마스터스 올 타임 파워랭킹'을 조사했다. 여기서 통산 6차례(1963·65·66·72·75·86)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80·미국)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우승하면서 통산 5차례(1997·2001·02·05·19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2위로 꼽혔다. 우즈는 8일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마스터스 챔피언 만찬'을 즐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전년도 챔피언들이 대회 전 만찬을 제공하는 '챔피언 만찬'을 11월로 미뤘지만 우즈는 연인 에리카 허먼, 딸 샘, 아들 찰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해 지난해 우승한 감동을 다시 느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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