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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써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70년대 TV와 전화도 없던 강원도 산골에 경희대학교 봉사동아리 ‘바인(VINE)’이 방문했다. 하계·동계 방학 기간을 이용한 봉사활동으로 강원도 산골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동네 아이들에게 노래와 율동, 글짓기 등을 가르쳤다. 아동 글짓기 대회를 주최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로 분장해 선물도 나눴다. 당시 이 자리에 있던 김은희 씨(가명, 58세)에게는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순간이다.

봉사동아리 바인이 70년대 방문했던 산골 소녀 김은희 씨 #2014년 5백만 원 기부 이후 매년 1백만 원씩 기부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에 1백만 원 기부해

“항상 경희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 작은 힘이라도 보내고 싶어”

이후 서울로 올라와 회사 생활을 하던 김은희 씨는 경희대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본인이 받은 정(情)도 나누고 싶었다. 경희대를 찾아가 봉사단을 만나 간식거리라도 사주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온라인에서 경희대를 검색하던 중 기부와 관련된 설명이 눈에 띄었고, 바로 기부를 결정했다. 김은희 씨는 봉사동아리 동아리원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경희대에 5백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 2014년의 일이었다. 이후에도 매년 1백만 원씩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1천만 원이 넘었다.

그랬던 김은희 씨가 코로나19 사태로 활기가 사라진 캠퍼스에 따뜻한 응원을 전해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해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1백만 원을 기부한 것. 김은희 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필요한 곳에 경희대가 판단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며 “대단한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8년간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김은희 씨는 앞으로도 계속 기부할 생각이다. 김은희 씨는 “처음에는 1천만 원을 기부하려고 했지만, 당시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5백만 원을 기부하고 매년 1백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다”라며 “기부를 하기 위해 통화한 담당 부서의 직원분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기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씨의 경희대에 대한 기억과 경험은 모두 긍정적이다. 어린 시절에는 강원도 산골을 찾아와준 감사한 사람으로 기부를 결정하고 나서는 친절한 대응으로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 김은희 씨는 “회사에도 경희대 출신 후배들이 있는데, 후배들이 경희대에 가진 애정 못지 않게 내가 가진 애정도 깊다”라며 “가끔 경희대 근처를 가면 먼발치에서 경희대 캠퍼스를 보는데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씨는 “봉사동아리 분들이 없었으면 산골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갔을 수도 있었다”라며 “열악한 시골에서 성장하던 당시에 봉사동아리 분들은 내게는 교사이기도 했고 오빠, 언니였다”라며 당시를 추억했다. 이어 “옷 한 번 덜 사 입으면서 모은 돈이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경희대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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