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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이촌파출소, 경찰 내부문건엔 “치안 위해 꼭 존치해야”

중앙일보

입력

이촌파출소. 연합뉴스

이촌파출소. 연합뉴스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파출소의 폐쇄가 결정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앞서 “지역 치안을 위해 파출소를 꼭 존치해야 한다”고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용산구청의 행정 실수로 파출소 폐쇄가 불가피해졌고, 경찰은 치안센터 신설 등의 대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치안센터 등으로 파출소 폐쇄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이촌파출소는 고승덕 변호사 측 부동산에서 셋방살이를 해오다 분쟁에 휘말린 끝에 문을 닫게 됐다. (3월 20일 온라인 '고승덕 땅 이촌파출소 폐쇄 결정적 이유는…용산구청의 무지' 기사)

“파출소 없으면 5분 내 출동 못 해”

지난해 6월 19일 용산경찰서가 용산구청에 낸 의견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촌파출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촌파출소가 없을 경우 다른 파출소에서 해당 지역으로 5분 이내 출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경찰은 또 이촌파출소를 가까운 부지로 이전할 가능성을 고려해 “파출소 운영에 피해자 대기실, 조사실, 무기고, 탈의실 등을 포함한 435m²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용산구청은 이촌파출소를 기존 자리에서 계속 운영하도록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 변호사 측 부동산에 대한 수용보상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파출소를 존치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파출소 부지 성격은 소공원인데, 현행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파출소는 소공원 안에 있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용산구가 부지 등을 수용해도 파출소를 존치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고 변호사는 “개발을 허가해주면 부지 일부를 파출소용으로 기부채납하고 건물도 새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한 적 있다. 그러나 구청은 “개발을 허용하면 공원이 없어진다”며 거절했고, 수용보상으로 파출소를 존치하려다 뒤늦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구청이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부지가 없어 파출소를 이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승덕 변호사. 최윤정 기자

고승덕 변호사. 최윤정 기자

경찰 “존치 안 돼 우리도 황당”

이에 대해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구청 계획을 믿고 이촌파출소가 존치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은 대안을 내놓았다. 용산서는 6일 “5월 1일부터 이촌1동주민센터 1층 일부 공간에 이촌치안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본래 치안센터는 민원상담을 처리하는 곳으로 주간에만 운영한다. 그러나 이촌치안센터는 사상 첫 ‘거점형 치안센터’다. 파출소 폐쇄에 따른 공백을 막기 위해 순찰차 2대가 상주하며 24시간 운영된다. 근무 인원은 주간 7명, 야간 4명이다. 사실상 파출소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촌파출소에서 1.7㎞ 떨어진 한강로파출소를 지구대로 승격해 치안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치안센터로 3만명 어떻게 책임지나”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우려가 여전하다. 치안센터를 거점형으로 운영해도 결국 치안센터일 뿐 파출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면적만 봐도 약 30㎡에 불과해 경찰이 이촌파출소 필요 면적으로 제시한 435㎡에 크게 모자란다. 인력 수나 순찰차 등 규모도 떨어진다. 인근 한강로파출소를 강화해도 출동 시간이 5분을 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4일 오전 이촌치안센터가 신설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4일 오전 이촌치안센터가 신설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주민 홍정희씨는 “치안센터가 주민 3만 명의 치안을 책임지는 곳은 전국에서 여기 밖에 없다”며 “주민 편의를 도와주는 치안센터가 아닌 주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파출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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