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지털 세상 읽기

줌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0.04.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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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이 고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이다. 전 세계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이 영상을 통해 수업을 들으면서 서비스 이용이 크게 증가하고 기업 주가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50% 상승했다.

사용자들이 폭증하면서 이 서비스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화상통화 도중에 회의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 들이닥쳐 외설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보여주거나 회의를 방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에 줌폭탄(Zoombomb)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을 정도다.

줌폭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약속된 화상회의로 입장하는 링크만 있으면 회의 주최자가 별도의 허가를 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게 기본설정으로 돼 있는데,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설정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 기업의 보안기준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CEO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보안 강화를 약속했다.

그런데 보안 문제 외에도 새로운 논쟁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재택근무 중 화상으로 자신의 거처를 드러내게 되면서 같은 직장,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가 보이게 된 것이다. 좋은 집에 사는 대표와 원룸에 사는 직원, 넓은 자기 방을 가진 아이와 좁은 거실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가 쉽게 드러났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거주지의 빈부 격차가 보이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과 소상공인들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팬데믹이 들춰내고 있는 사회의 민낯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