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은 좀 특별합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온갖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군데서 여러 꽃을 볼 수 있으니
산들꽃을 찾는 이에겐
가히 꽃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사진관〉야생화시리즈를 함께하며
꽃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영학 작가는
〈천마산에 꽃이 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책 한권을 묶을 만큼 꽃이 다양한 겁니다.
예년보다 따뜻하여 봄꽃이 좀 일찍 올라왔습니다.
산을 오르자 먼저 꿩의바람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영학 작가가 들려주는 꿩의바람꽃 이야기,
흥미진진합니다.
"바람꽃 중에서 꽃이 제일 큽니다.
보통 바람꽃은 꽃받침 잎이 다섯 개인데
꿩의바람꽃은 꽃받침 잎 아주 많습니다.
얘의 꽃잎이 사실 꽃잎이 아닙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거죠.
매개 곤충이 드문 이른 봄에 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곤충을 유혹해서 수정하고 씨방을 맺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런 식으로 자기 모습을 탈바꿈한 겁니다."
조 작가의 설명처럼
곤충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꽃받침이 변한,
꽃잎 아닌 꽃잎의 유혹에 끌려 온 겁니다.
삭막한 봄 산의 언 땅을 헤집고 꽃을 피운 봄꽃,
그들은 나름 다 계획이 있는 겁니다.
꿩의바람꽃은 왜 이러한 이름을 얻었을까요?
뒤태가 꿩이 날아가는 모습 같다고 해서 그렇답니다.
뒤태, 꿩이 날아가는 모습 같나요?
제 눈엔 꿩보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것 같습니다.
계곡 폭포 옆에서 본 금괭이눈입니다.
왜 금괭이눈일까요?
꽃받침으로 둘러싸인 수술이 마치 괭이눈처럼 보이고,
잎이 금색으로 빛나서 금괭이눈입니다.
조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금색으로 빛나는 잎이 실제로 잎이 아니랍니다.
그것이 잎이 아니라 포엽이며 신비로운 이야기까지 품었답니다.
"애는 꽃잎이 없어요. 금색 빛을 내는 잎으로 보이는 게 사실 포엽입니다.
꽃이 워낙 작으니 벌레를 불러들이기 위해
포엽까지 이렇게 다 금색으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이게 수정이 끝나면 다시 녹색으로 돌아와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거죠."
금괭이눈의 자태와 이야기에 금세 폭 빠졌습니다.
그런데 저만 빠진 게 아닙니다.
제니등에 한 마리가 금괭이눈에 빠져 찾아왔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랑곳없습니다.
숫제 모델인 양 다양한 포즈를 취해줍니다.
중의무릇에도 곤충이 찾아 왔습니다.
작은 꽃에 두 마리가 들어 꿀을 땁니다.
이 작은 봄꽃들, 이렇게들 생명을 이어갑니다.
처녀치마 무리도 봤습니다.
이 친구는 잎이 아래로 늘어진 게 치마를 닮아서
처녀치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치마를 활짝 펼치고 꽃술 고운 꽃이 쑥 올라와 있습니다.
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처녀치마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 천마산이랍니다.
잎에 점무늬가 있는 점현호색입니다.
이 친구는 천마산 특산 명물입니다.
뭉쳐 핀 꽃이 마치 새의 입 같습니다.
마치 먹이를 보채며 짹짹거리는 듯합니다.
그래서 종달새라는 별명이 있답니다.
각시현호색 군락입니다.
온통 하늘빛 하늘거리는 꽃밭입니다.
물가 바위에 터 잡은 애기현호색은
물소리에 리듬 타듯 아롱거립니다.
꽃잎에 분홍색 줄 선명한 큰괭이밥 꽃,
청초하기 그지없습니다.
꽃들이 하도 많아 여기에 다 못 싣습니다.
가보면 압니다.
왜 천마산이 봄 산들꽃의 꽃밭인지….
그리고 이번에도 꽃 사진을 찍는
제 휴대폰 화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됩니다.
또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이의 로망인
아웃포커스 비법까지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