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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임원 급여 30% 반납 “두산중 자구 노력 일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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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1조원대 긴급 경영자금 수혈을 받은 두산중공업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전 계열사 임원 급여를 30% 반납하기로 했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전경. 중앙포토

두산그룹이 1조원대 긴급 경영자금 수혈을 받은 두산중공업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전 계열사 임원 급여를 30% 반납하기로 했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전경. 중앙포토

두산그룹이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를 30% 반납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1조원대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그룹 전체가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고통 분담을 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그룹 측은 밝혔다.

두산그룹은 2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들이 4월부터 급여의 30%를 반납한다고 발표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을 포함해 부사장 이상은 50%, 전무·상무는 각각 40·30%의 급여를 반납한다.

두산그룹은 또 자구 노력 차원에서 임직원의 복리후생 관련 지출을 줄이고, 각종 경비 예산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그룹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박정원 그룹 회장(왼쪽)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가운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도 급여를 반납한다. 하지만 대주주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 두산그룹

박정원 그룹 회장(왼쪽)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가운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도 급여를 반납한다. 하지만 대주주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그룹 관계자는 “전 계열사가 합심해 자구 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이른 시일 안에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의 긴급자금 지원과 관련 사업해 구조조정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도 추가 지원할 듯

1조원대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받게 됐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전부를 상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두산중공업은 수출입은행이 지급 보증한 5억 달러(약 6155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사채를 대출채권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두산중공업 지원 방향이 정해진 만큼 수은 역시 대출 전환을 전향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채권은 2015년 수은의 도움을 받아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가 안 되면 대주주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가 안 되면 대주주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뉴스1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은 2013년 두산건설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두산건설에 1조원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화력발전에 집중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문제가 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며 고강도 자구안을 압박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 대규모 채권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노조에 ‘경영상 이유의 휴업’을 제안하는 한편, 650명 규모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밥캣 등 알짜 계열사 매각은 물론,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자구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룹 부실의 시작이었던 두산건설의 경우 두산이 매각에 나서더라도 부채비율이 높은 데다(연결기준 300%) 경기 하락으로 마땅한 구매자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이동현·이소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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